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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노래가 이것까지 바꿨다” [Books]

노래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미래엔 펴냄

  • 정주원
  • 입력 : 2023.01.27 21:24:01
고도화된 인간 지능의 상징으로 흔히 언어, 사회적 행동 등을 꼽지만 여기 ‘음악’이 인간 진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뇌 과학자가 있다. 음악 감상은 취미로 시간을 보내는 부차적인 도구가 아니라 인류 정체성을 빚어온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당신 인생의 방향에 영향을 준 노래를 한 곡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저자의 이런 가설에 조금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한 곡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면 인류 진화와 문명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겪은 모든 경험의 총합이 곧 나라고 놓고 보면, 그 노래는 우리 생각의 일부가 된 것이며, 신경과학자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그 노래가 우리 뇌 회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음악과 뇌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엮어낸 저자는 책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음악인류’ 등의 베스트 셀러를 쓴 인지심리학·신경과학 분야 권위자다. 현재 캐나다 맥길대 명예교수 겸 전자커뮤니케이션 심리학의 벨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인간의 뇌뿐 아니라 음악에 정통한 건, 과학자가 되기 전 스티비 원더, 스틸리 댄, 블루 오이스터 컬트 등의 음반 제작에 참여했던 프로듀서라는 경력 한 줄로도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느 날 날씨를 보고 ‘비’ 또는 ‘태양’이라는 주제로 노래한 가수와 곡 제목 목록을 수십 개 써 내려갔다는 그의 일화는 음악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뇌의 발달과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와 유사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외국어에 노출되면 쉽게 습득할 수 있듯이 음악도 어린 나이에 다양한 문화권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음악 규칙과 구조를 추출하는 법을 배운다는 게 신경과학자들 관점이다. 저자 본인도 어린 시절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빅밴드·피아노·라틴·민속 음악 등 다양한 취향을 전수 했다니 ‘음악 수저’를 물고 태어난 저자야 말로 ‘음악적 뇌’ 발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음악과 인류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 등 6가지 주제로 음악을 다룬다. 민중가요나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며 뜨거운 연대감을 끌어올렸던 경험은 ‘우정의 노래’에서, 말과 셈을 시작하는 어린아이에게 세대와 문화권을 넘어 ‘알파벳 송’ ‘열 꼬마 인디언’ 같은 동요를 가르쳐온 역사는 ‘지식의 노래’에서 분석한다. 뇌과학, 음악학, 미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도구로 인간이 불러온 수많은 노래를 분류하고 분석하면서 음악의 족보를 새로 쓴다.

노래하는 뇌
노래하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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