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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부동산...욕망의 최전선 대치동을 파헤치다 [BOOKS]

대치동 / 조장훈 지음 / 사계절 펴냄

  • 김유태
  • 입력 : 2021.11.26 17:05:14 / 수정 : 2021.11.26 19:23:13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사진에서 보이는 단지 왼쪽은 대치동 학원가, 오른쪽은 선경·미도아파트다. 교육열과 부동산 시세 차익 욕망에 힘입어 대치동 집값은 40년간 100배 이상 올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사진에서 보이는 단지 왼쪽은 대치동 학원가, 오른쪽은 선경·미도아파트다. 교육열과 부동산 시세 차익 욕망에 힘입어 대치동 집값은 40년간 100배 이상 올랐다.

대치동은 하나의 카지노다. 욕망의 최전선. 학벌 자원과 부동산 시세차익을 향한 분주한 이동이 반복되는 땅. 원주민과 세입자는 전국 최고 수준의 사교육 1번지를 향해 집결하고, 가파르게 오른 전·월세 가격은 수도권 외곽으로 전가돼 부동산을 요동치게 한다.

대치동 `학원쟁이`로 20년 넘게 살아온 조장훈 씨가 보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현재다.

학원 강사였고 학원장이었던 저자는 `명문대 학벌을 얻고자 몰려든 사람과 그 열기 속에서 부동산 차익을 셈하는 사람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대치동을 인류학적 시선에서 바라본다. 이런 책이 왜 이제 나왔나 싶을 정도로 대치동을 욕망하는 한국인이 기억할 책이다.

자, 대치동은 왜 대치동인가.

사교육은 대치동의 동의어다. 불평등과 경쟁의 사슬에 얽힌 한국인에게 학벌은 생애 첫 욕망이다. 빈자에겐 계급 상승을 위한 마지막 가능성, 부자에겐 세습을 연착륙하는 첫 관문이 학벌이다. 수능 점수와 출신 대학이 일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취업→승진→소득→상속`의 순환에 일조한다.

절대다수가 `스카이 캐슬` 입성을 바라며 대치동을 찾는다.


`수능의 퇴행`은 이미 전 국민이 목격하고 있다. 수능은 학력고사가 초래한 암기식 교육과 서열화를 해결하고자 본고사 부활을 전제로 도입된 `자격 고사`였다. 본고사는 시행 3년 만에 폐지됐고, 논술전형도 사교육 확대 주범이란 오명에 폐지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시행되자 이제는 학교가 브로커로 나섰다. 학종은 계급 격차와 불평등을 교문 안으로 들여왔다.

그러는 사이 수능은 사교육에 점령당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대치동 강사진을 찾아와 불법과 탈법 사이를 오가며 스펙을 쌓는다. 수요자도 공급자도 도박판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성적과 정보는 거짓으로 부풀려지고, 무모하게 원서를 베팅하며 합격을 장담한다.

`대원족, 연어족, 대전족, 원정족`은 이쯤 나온다.

#1. 대원족. 고소득층과 전문직 출신의 대치동 원주민. #2. 연어족. 대치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곡동·한티역 주변)로 회귀한 대원족의 자녀. #3. 대전족. 전국에서 몰려온 대치동 전세입자. #4. 원정족. 대치동 외부에 거주하며 주말마다 대치동 학원가로 오는 사람들.

`대치동 안방마님` 대원족과 연어족은 풍족한 지갑을 배경으로 고액 과외와 예체능 사교육 시장을 장악했다. 부모의 힘을 빌려 고교생 인턴이나 학술 체험 등을 도모했다.

`굴러온 돌` 대전족은 맘카페를 형성하며 부실한 네트워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분투했다. 공부 잘하는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해 5~6년 고생할 각오를 하고 `대전살이(대치동 전세살이)`를 택한 대전족은 아이와 한 칸 원룸에서 구도자가 돼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기도 하고, 카페 옆자리에서 새어나오는 한마디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은마아파트는 사교육사와 부동산사의 상징이다. 은마를 소유한 사람은 자녀가 성인이 돼 그곳에 살 이유가 없어져도 집을 안 판다. 학원가 때문에 집값이 오를 테니 세를 놓는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 외곽에 집을 소유한 대전족은 오른 집세를 감당하고자 자기 집 전·월세가를 높인다. 대치동 전·월세 가격 상승은 수도권 전체로 퍼진다. 1980년 이후 대치동 집값은 100배 이상 올랐다.

`1타 강사, 돼지엄마, 독학재수학원` 등 저자가 체험한 이야기가 책에 꽉 차 있다. 그러나 가십으로만 책을 오독해선 곤란하다. 책은 분명히 인류학의 시선에서 대치동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저자 결론은 간명하다.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여기는 한 공교육의 미래는 없다. 공교육 안으로 사교육을 유인해야 한다. 공교육은 사교육의 시스템, 수천 개의 전형을 파악해 각각 필요한 소양과 이를 입증할 자료를 생산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적합한 강사를 섭외해 학생과 만나게 하는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는 퇴행이다. 인간 삶이 상상도 할 수 없던 영역으로 확장되는 21세기에 또다시 객관식 문제로 줄 세우는 건 퇴행이란 이유에서다.

입시 제도는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교육은 사교육 시스템을 포용해야 되살아난다는 것. "수시 같은 건 없애버리자"고 말하는 지금의 학부모 세대는 27년 전 고교를 때려치운 한 뮤지션의 외침에 열광한 바로 그 세대였다고도 저자는 진단한다. 곧 서른 살(2024년)이 되는 수능. 여전히 추억 되는 저 뮤지션의 노래는 아직 변함없는 우리의 교실을 고민하게 한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서태지 `교실 이데아`)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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