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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나의 문어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바다의 숲 /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 이충호 옮김 / 해나무 펴냄 / 2만원

  • 이용익
  • 입력 : 2021.11.26 17:00:57 / 수정 : 2021.11.26 19:24:36

상어를 보고 돌 틈 깊숙이 몸을 숨기는 문어 한 마리가 있다. 문어를 발견한 상어는 문어 다리 하나를 물고 뜯어내 버린다. 문어는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바닷속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까지 수상한 `나의 문어 선생님`의 한 장면이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근처 바다에서 잠수복이나 산소탱크 없이 프리다이버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든 크레이그 포스터와 로스 프릴링크는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책까지 집필했다.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바다의 숲`은 10년 동안 매일같이 잠수를 하며 문어와도 우정을 쌓은 포스터의 이야기에 더해, 포스터의 활동에 공감하고 동참한 프릴링크 이야기까지 합쳐지며 다큐멘터리를 이미 본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확장판`으로 기능한다.

잘 알려진 포스터 이야기는 바닷속을 오래도록 들여다본 이가 얻을 수 있는 행복함을 보여준다. 인정받는 영화감독이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포스터에게 잠수와 바다 관찰은 건강은 물론 성격까지 밝게 만들어준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바다생물들의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행동을 생생하게 설명해주고, 교감까지 시도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에게 위안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바다 동물들에게 `클럽 가입을 허락받은` 느낌을 받았다는 크레이그는 "문어, 큰학치, 헬멧고둥, 성게, 갑오징어, 수달, 파자마상어 같은 동물들은 나의 가장 큰 선생님"이라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자연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상대적으로 바닷속 관찰에 대한 경험이 적은 프릴링크는 독자와 조금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며 감탄하고, 놀라다 보면 그야말로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를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도시인인 독자도 자연을 들여다보고픈 충동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론에 가깝다. 여기에서 나아가 바다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어린 시절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와는 재회와 작별을 시도하고, 또 자신 역시 아버지로서 아들과의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까지 이르면 독자 역시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져보고 싶어질 것이다.

4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생동감 넘치는 수많은 사진과 함께하다 보면 그리 길다는 느낌은 얻기 어려우니 시도해봐도 좋겠다.

아, 다만 문어숙회나 다코야키를 먹고싶은 마음은 한동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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