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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15억 본인그림 찢어버린 뱅크시, 왜 그랬을까

뱅크시 벽 뒤의 남자 / 윌 엘즈워스-존스 지음 / 이연식 옮김 / 미술문화 펴냄 / 2만5000원

  • 정석환
  • 입력 : 2021.11.26 16:59:59 / 수정 : 2021.11.26 17:31:29

`예술이 가격을 정할까, 아니면 가격이 예술을 정할까.` 예술과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도발적인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끝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있었던 `파쇄기` 사건만 떠올려도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2018년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가 출품됐다. 이 작품은 당시 환율로 약 15억원에 낙찰됐다. 낙찰 직후 갑작스러운 경고음과 함께 파쇄기가 작동되면서 그림이 잘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후의 이야기다. 구매자는 낙찰을 취소하지 않고 반파된 그림을 그대로 구매했다. 뱅크시는 반파된 작품에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진품 인증서도 발행했다.

`사랑은 쓰레기통에`는 최근 소더비 경매에서 약 300억원에 낙찰됐다. 가격만 20배가량 뛰었다.

`풍선과 소녀`가 낙찰된 순간 파쇄기를 작동시킨 건 작가 뱅크시다.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파괴한 셈이다. 뱅크시는 파쇄기 설치 과정, 실제 파쇄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공개하며 "리허설에서는 매번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림이 실제로 파손되지 않았다` `주최 측과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뱅크시-벽 뒤의 남자`에서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누구인지와 `뱅크시의 역설`을 심도 있게 다룬다.

뱅크시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아는 이는 없다. 영국 브리스톨시에서 태어나 1990년대부터 거리 구석에 스프레이를 칠하는 그라피티를 했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다.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던 그가 2019년에는 미켈란젤로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1위에 올랐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뱅크시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인생 역전` 이야기만으로도 이 책은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뱅크시의 역설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반파된 `풍선과 소녀`를 대여해 갔던 미술관은 2배 많은 관람객을 맞이했다. `자본주의를 비웃던 예술가가 되레 자본주의를 살찌우는 것 아니냐`는 역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뱅크시와 관련된 사건과 논란을 철저하게 담아내 독자 스스로가 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뱅크시가 원하는 것이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예술`이니 답이 없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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