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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을 벗은 의사들
박종호 풍월당
21,000
책 소개

“우리가 모르는 곳까지 날아갔던 새들이 있었다”

자신의 길을 택하는 용기와,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병을 고치는 데서 벗어나 세상을 고치기로 한 의사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구국의 영웅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8인의 의사 가운데 이러한 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정치가나 혁명가의 이름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꾼 이들일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구한 조르주 클레망소, 가난에 허덕이는 칠레를 사회개혁으로 구하려 했던 살바도르 아옌데, 남미 전역을 누비며 혁명의 상징이 된 체 게바라, 피식민지의 문제는 피식민지인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프란츠 파농, 중국의 양 체제에서 시조로 떠받드는 쑨원이 그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독립운동가이자 『독립신문』의 창간인으로 더 잘 알려진 서재필이 있다.

“서재필의 일생을 직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열거하자면, 무엇보다도 혁명가였으며 독립운동가였다. 그러면 서 군인이었고 언론인이었으며 정치가였고, 작가였고 또한 사업가였다. 그러나 그는 평생을 통해서 의사라는 직업을 바탕에 지니고 의업에 종사했던 의사였다.”

그는 조선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했고, 미국에서 의원을 개업하여 모은 전 재산을 바쳐 조국의 독립에 정신적·물질적으로 투신했다. 그의 이러한 결단과 헌신이 조국으로부터 멸문지화를 당한 고통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의 조국애는 더 숭고하고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비록 해방된 조국이 아닌 미국에서였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진료활동을 멈추지 않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의술을 펼쳤다.
전 세계가 좌·우로 나뉘고 가난한 자와 가진 자의 차이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분열의 시기에, 이 책은 이러한 열정적이고 행동하는 혁명가의 존재를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학의 힘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위대한 작가들

그런가 하면 의학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진단하고 문학의 방식으로 치유하려 했던 이들도 있다.
안톤 체호프는 촉망 받는 미래를 뒤로하고 죽음의 땅 사할린으로 가서 세상에서 버림받은 곳의 실상을 널리 알린 『사할린 섬』과 다수의 단편을 남겼다. 서머싯 몸은 뜻하지 않게 의사의 길을 선택했지만 문학과 행동으로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 관심을 보여주었다.
의학자이자 의사이며 군인의 신분으로 문학과 예술에서 최고의 지성으로 인정받은 모리 오가이, 탐정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셜록 홈스’ 시리즈의 작가이자 모험과 도전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아서 코넌 도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의사로서나 작가로서 오로지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며 『보이체크』를 비롯한 걸작들을 남긴 게오르크 뷔히너, 거대 권력에 의해 날개가 꺾였으나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거장과 마르가리타』라는 작품을 남긴 미하일 불가코프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자연과학과 정신의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성(性)심리를 세련되게 분석한 희곡 작품들을 남겼고, 올리버 색스처럼 문학작품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임상기록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작가나 소설가로 남아 있는 정신의학자도 있다.
자연과학자의 냉철함과 따뜻한 인문학적 감수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들의 문학적 유산은, 시대를 뛰어넘어 기술로서의 의술이 다룰 수 없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그밖에 역사학과 인류학, 정신의학과 뇌과학 그리고 음악이라는 세 분야를 하나로 융합하며 가히 천재의 반열에 오른 주세페 시노폴리와, ‘르네상스적인 박학다식함’으로 의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조너선 밀러의 삶은 우리의 지식욕을 자극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어린이와 여성을 사회의 엄연한 존재로 인식하며 교육계의 한 획을 그는 마리아 몬테소리, 숭고한 의사의 상징 이전에 신학자이자 철학자이자 바흐 음악의 대가였던 슈바이처를 통해 이타적인 삶의 의미도 되새겨본다.

인생은 길고 가지 않은 길은 많다
모두가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기를…

이 책의 저자 역시 정신과 개업의로 활동하다, 평생 간직해온 인문과 예술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의대생 시절 적잖이 방황하며 의학 공부를 포기하려던 시간도 있었지만, 저자의 인문학적 관심과 예술에 대한 열정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에 크나큰 원동력이 되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물론 그 자체로도 숭고한 목표이지만, 저자에게 직업이란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목표 그 자체는 아니었다. 저자는 의사로서 소위 말하는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이루었으나, 그 성공의 순간에 그동안 접어뒀던 꿈을 향해 과감하게 가운을 벗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시작했다. 저자의 이런 용단은 의사라는 직업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많은 의학도들에게 적잖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울림에 응답하고 그들의 방황을 응원하는 저자의 애정 어린 메시지다.
그러나 이 책은 의학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은 성장하는 존재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 갖고 있는 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성장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고, 또 변화해야 한다.

“많은 이들은 자신에게 날개가 달렸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래서는 작은 나무 한 그루에도 오르기 어렵다.”

이 책은 스스로 날개를 달고 우리가 모르는 곳까지 날아간 위대한 인간이 있었음을 전한다. 우리는 그들만큼 멀리 또 높이 날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아직 날아오를 가치가 있는 높고 아름다운 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박종호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6년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로 개업의 활동을 했다. 2003년 풍월당을 설립했으며 저술과 강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음악, 오페라, 예술 전반, 여행 등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저서로는 『클래식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1,2,3, 『베르디 오페라: 26편의 오페라로 읽는 베르디의 일생』, 『불멸의 오페라』I,II,III,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오페라 에센스 55』, 『유럽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의 이탈리아 여행기: 황홀한 여행』,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및 문화예술여행 시리즈 『잘츠부르크』, 『리스본』, 『뮌헨』, 『빈』, 『베를린』 등이 있다.

목차

서문 우리가 모르는 곳까지 날아갔던 새들이 있었다 … 7

조르주 클레망소 … 23
안톤 체호프 … 41
주세페 시노폴리 … 55
서머싯 몸 … 71
살바도르 아옌데 … 85
모리 오가이 … 101
체 게바라 … 117
게오르크 뷔히너 … 135
프란츠 파농 … 151
마리아 몬테소리 … 167
미하일 불가코프 … 183
알베르트 슈바이처 … 199
아르투어 슈니츨러 … 217
쑨원 … 233
아서 코넌 도일 … 249
서재필 … 265
조너선 밀러 … 281
올리버 색스 … 297

참고 서적 및 자료 … 313
도판 목록 …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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