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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놀이터, 놀이도시
김연금 한숲
14,000
책 소개

“모든 놀이터가 비슷비슷해요. 재미없어요.”
“놀이공간의 포장재로 고무포장과 모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시설물을 놓지 말고 공간을 비워두세요.”
“우리 어릴 때는 골목길에 뭐가 있었겠어요? 아무것도 없었지만 신나게 놀았습니다.”
“좋은 놀이터는 어떤 놀이터인가요?”
“흔들다리가 무서운 건 괜찮은데, 다치는 건 안 돼요.”

마지막 문장은 서울 중랑구의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만난 은호가 들려준 이야기다. 저자는 이 말을 듣고 놀이터에서의 안전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은호의 말을 풀어보면 “흔들다리에 올라갔을 때 많이 흔들거리거나 그물로 된 다리 아래로 바닥이 보이면 무섭지만 재미있어서 좋다. 하지만 그물에 크게 구멍이 있거나 나사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아 갑자기 발이 그물 아래로 빠지거나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칠 수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은호의 바람과는 달리 놀이터에서 만난 많은 어른들은 흔들다리가 ‘위험해 보인다’며 바닥도 보이지 않게, 흔들리지도 않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처럼 이 책은 실제 현장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자 노력한 놀이터 디자이너의 솔직한 고민을 가감 없이 담았다. 그렇다고 어린이의 참여를 미화하지도 않았다. 저자는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달라는 요구에 어린이들은 테마파크에서나 봄직한 놀이터나 자신이 경험한 놀이터를 그리기 십상이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없었다. 설계안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을 때에도 신선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참여 디자인의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노하우를 담담하게 풀어 놓았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놀이’에서는 저자가 디자이너로서 이해한 놀이의 의미, 놀이를 위한 조건, 놀이의 사이클과 종류를 다루었다. 놀이를 위한 조건에서는 시간, 공간, 친구라는 충족 요건을 제시하는데, 이중 가장 쉽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조건이 공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공간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2장 ‘놀이터’의 앞부분은 놀이터의 역사와 다른 나라의 놀이터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놀이터를 만들면서 만났던 여러 현장들이 무대다. 놀이터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경로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다른 나라의 놀이터는 어떤지 궁금해서 조금씩 자료를 찾고 답사한 놀이터 추적기가 다큐처럼 펼쳐진다. 저자가 이국에서 만난 놀이터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2장의 후반부에 담긴 놀이터 디자인 실무자로서 현장에서 만난 꺼끌꺼끌한 현실의 단면과 저자가 갖고 있는 놀이터, 놀이터 디자인에 대한 입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장 ‘놀이도시’에는 저자의 바람이 듬뿍 담겼다. 어린이들이 놀이터뿐만 아니라 도시 전역에서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한 도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여러 연구자의 작업과 해외 사례를 재료 삼아 정리했다.

“놀이터를 보는 시선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놀이터를 단지 어린이들이 노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그들의 도시공간으로 보았으면 한다. 양천구의 한 놀이터 시설물 아래에서 컵라면을 먹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좁고 모래 먼지 날리는 그곳에서 굳이 라면을 먹어야겠냐고 물으니, 더 맛있다고 한다.” 책 속의 이 대목처럼 저자는 우선 다르게 바라볼 것을 권한다.

놀이터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책이 가리키는 것은 어린이와 놀이, 도시 환경 그리고 우리의 관점이다. 영국에 최초로 모험놀이터를 도입하고 확산에 평생을 바친 영국 놀이터 대모 매저리 알렌은 보이는 안전만을 챙기는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우리도 한 번 들어보자.
“부러진 영혼보다 부러진 팔이 낫다(Better a broken arm than a broken spirit).”

저자 소개

김연금
옥수동, 금호동에서 놀며 자랐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약수동에서 동료들과 함께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 박사논문의 주제는 ‘커뮤니티 디자인’이고, 최근에는 놀이터, 놀이도시, 유니버설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연한 풍경은 없다』, 『소통으로 장소 만들기』 등이 있다. 조경 작업(디자인, 연구 등등)을 통해 연대와 돌봄의 사회에 미약하나마 기여하려 한다. 천생 몸치라 공놀이며 고무줄놀이며 뭐든지 못했고 항상 깍두기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놀았다. 다정한 환대와 집중의 시간이 좋았다. 그 기억으로 사는 것 같다. 얼마간 못 놀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시 놀려고 한다. 어린이들과 함께.

목차

책을 펴내며

놀이
놀이, 그 자체로 충분한 단어
놀이를 위한 단 세 가지의 조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놀이 방해꾼들
스스로 구르는 놀이 사이클
놀이의 종류여 무한대로 확산하여라
MBTI로 보는 놀이, 놀이로 보는 MBTI

놀이터
반전이 필요한 놀이터의 역사
정크놀이터·모험놀이터·플레이파크, 어린이들을 믿어봐
미워만 할 수 없는 공공의 적 3S
조합놀이대의 아버지 조경가 폴 프리드버그
신문 기사로 만나는 우리나라 놀이터 역사
다른 나라 놀이터에서 확인하는 놀이터 방정식의 변수와 상수
어포던스, 숨기는 디자이너 찾아내는 어린이
무서운 건 괜찮은데, 다치는 건 안 돼요
통합놀이터에 대한 나의 질문, 당신의 질문
모래포장이냐 고무포장이냐가 아니라 루즈파트
어린이와 함께 만드는 놀이터
뻔한 놀이터에 대한 이유 혹은 변명
그렇다면 좋은 놀이터란

놀이도시
어디든 가고, 어디에서든 놀고
암스테르담의 난데없이 나타나는 놀이터와 건축가 알도 반 아이크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잘 노는 동네’ 만들기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린이가 결재하는 통합아동영향평가
동네별 놀이터 계획이 필요해요
놀이길, 가까운 미래이길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도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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