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장미총을 쏴라
김경순 은행나무
14,000
책 소개

충남 논산시가 주최하고 경향신문, 은행나무출판사가 공동 주관하는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장미총을 쏴라》가 출간되었다. 《장미총을 쏴라》는 “의미와 재미, 속도와 중량감을 함께 지닌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 전원의 흔쾌한 동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총이 아름다운 건 그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살상의 위엄 때문이다”라는 소설 속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전언이 된다. 총구와 총신의 디자인적, 미학적 요소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닌, ‘살상의 위엄’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 그 의미심장한 말이 내포하고 있는 서늘한 냉기에 독자의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 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작품의 도입부터 명확하게 드러내며 작중 인물들의 내면 변화를 과감하게 해체해 보인다.

폐놀이공원에 울려퍼진 세 발의 총성. 두 명의 사망자와 한 명의 중상자. 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인은 중상을 입은 채로 현장에서 체포된, 잡지사 ‘건(GUN)’의 인턴사원 한옥인이다. 소설은 ‘누가, 어떻게’가 아닌 ‘왜’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정면으로 돌파해나간다. 문학평론가 류보선의 말처럼, 《장미총을 쏴라》는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반전소설”이다. 인간이 ‘총’ 자체에 매혹당하는 과정을 그려낸 뒤 독자가 가장 몰입한 순간 그 매혹당함이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온 바로 그 진원지인 것으로” 순식간에 이야기를 전도시키며 폭력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차장이 잡아준 자세 그대로 정지해 있다가 슛! 소리에 맞춰 첫 발을 쏘았다. 아주 엉뚱한 데로 가지는 않았다. 심장 아래 갈비뼈 부근에 명중했다. 붉은 피는 쏟아지지 않았지만 구멍 뚫린 모양이 진짜 갈비뼈를 부러뜨린 느낌이다. 연발로 쏜 두 발 중 마지막 발은 명중에 가까웠다. 부장이 손가락 휘파람을 불었다.”_본문에서

‘총’으로 상징되는 역사의 폭력이
언제든 ‘폭력의 역사’로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전언

추리소설 작가 현은 교도소 재소자들을 상대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화하며 그들을 면담하는 구술 작업도 병행하는 중이다. 그가 현재 면담하고 있는 사람은 한옥인이라는 재소자로, 비밀리에 진행된 사내 불법 건 배틀에서 자신의 상사 두 명을 실수로 쏴 사망에 이르게 한 인물이다. 한옥인은 자신이 겪은 일을 현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그는 한옥인의 시점으로 그녀가 겪은 일들을 써내려간다.

몇 년째 언론고시에서 낙방만 하고 있는 한옥인은 베일에 싸인 총기 전문잡지 《건》에 지원한다. 그녀는 면접 날 회사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1800년대 후반의 빈티지 총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뱀피 문양이 새겨진 총은 공포가 아닌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한옥인을 사로잡는다. 총기 전문 잡지사답게 사장실에는 권총, 소총, 기관총 등 다양한 총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사장은 한옥인과 그녀의 인턴 동기 진명유에게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단 한 명만 정규 직으로 채용하는 서바이벌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공지한다. 한옥인은 창간 10주년 기념 특집 기획안을 준비하던 중 과거 이 회사에 근무했던 편집자 김수정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에 흥미를 느낀 한옥인은 차장에게 그녀에 대해 묻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영 수상하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 김수정이라는 직원이 있었어요?
내 질문에 종일 무표정하던 차장의 얼굴이 섬뜩하게 변했다. (……) 만약 차장이 무심하게 ‘2년쯤 근무하다 그만둔 직원’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그냥 지나쳤을까.”_본문에서

사장은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집안 내력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그는 한옥인과 진명유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그가 지금까지 모은 총기 컬렉션을 보여준다. 한옥인은 회사에 걸려 있던 ‘장미총’을 처음 보았던 날을 상기한다. 그때 느꼈던 아름다움과 압도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 그날, 한옥인은 처음으로 사격에 도전한다. 총알이 발사됨과 동시에 한옥인은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이 최초의 손맛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 같다. 자꾸 더 쏘고 싶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나를 빙 둘러싼 친구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놀리던 것, 하굣길에 친구들과 시장을 지나갈 때 발골하는 엄마를 보고 애들이 옥인이 엄마라고 수군거렸던 것, 어려서 식당이나 호프집 같은 데 배달을 가면 어른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던 부끄러움과 열등감을 후련하게 날려버린 기분이었다.”_본문에서

한옥인은 김수정이 메모해둔 것으로 추정되는 ‘트리거트리거’ 카페를 본격적으로 추적한다. 차장의 수상쩍은 반응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한옥인은 그 과정에서 ‘도일’이란 남자를 만나게 된다.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는 의문의 남자. 그는 자신이 트리거트리거 카페에서 강퇴당했으며, 그 카페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곳이라고 경고한다. 모든 것이 혼란한 그때, 한옥인은 10주년 특집기획 주제로 진명유가 기획한 ‘총기허용’이 채택되자 정규직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조급함을 느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건 배틀을 해보자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김수정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사내 건 배틀임을 알고 있는 한옥인은 곧바로 후회를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현은 한옥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퍼즐을 조금씩 맞춰나간다. 숨겨진 이야기가 더 있을 것이다. 한옥인이 자신에게 아직 털어놓지 않은,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대의의 폭력은 어떻게 내면의 폭력과 연결되는가”
우리 시대 보이지 않는 ‘대의’의 윤리와
교묘하게 감춰진 ‘서바이벌’ 질서를 돌아보다

《장미총을 쏴라》는 “허구와 현실, 과거와 현재, 정의와 폭력의 경계가 모호해지기에 다양한 독법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문학평론가 김미현).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하려고 노력했음에도 결국 피하지 못한 채 어떤 사건과(혹은 누군가와) 정면충돌하기도 한다. ‘장미총’을 두고 벌어진 살인사건. 그 사건을 중심으로 얽혀 있는 사람들. 작가는 단순히 사건의 개요를 나열하고 동기를 서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을 매혹시킨 총과 그 매혹이 불러온 인간 내면의 본성에 대한 사유의 장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저자 소개

저자(글) : 김경순
김경순은 소설가이다. 2004년 〈쇼윈도〉로 문학수첩 신인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장편소설 《21》 《춤추는 코끼리》 《빌바오, 3월의 눈》을 출간했으며 제8회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장미총을 쏴라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심사평
작가의 말

맨 위로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