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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주의자
콜슨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16,000
책 소개

“사회를 건축으로 치환한 우화적인 세계.” - 김보영(소설가)
“간결한 시와 신비로운 품위로 쓰인 첫 번째 소설.” - 뉴요커

*2017ㆍ2020 더블 퓰리처상 수상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데뷔작
*〈뉴욕타임스〉 주목할 책
*〈에스콰이어〉〈USA투데이〉 올해 최고의 데뷔작
*〈GQ〉 밀레니엄 베스트 북

“이 세상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자유와 해방을 선사할
완벽한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직관주의자》는 기존 탐정소설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는 듯 보인다. 먼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정체불명의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은 직접 비밀을 찾아 나선다. 소설의 무대인 고층 빌딩들로 가득한 대도시는 흑인이 ‘유색인’으로 불리는 흰색 문명사회이고, 특정 시간대에 속하지 않은 뉴욕을 반영한 평행 우주다. 이 가상의 도시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엘리베이터 점검원이다. 그들은 경험주의와 직관주의라는 파벌화된 두 부서로 나뉜다.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경험주의자와 달리 새롭게 떠오르는 직관주의자는 직접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 때 느껴지는 이미지와 직감으로 기계의 상태를 점검한다.
주인공 라일라 메이 왓슨은 흑인 여성 최초의 엘리베이터 점검원이자 직관주의자다. 어느 날 검사를 담당했던 11호기 엘리베이터가 완전히 자유낙하하는 추락 사고가 벌어진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라일라 메이는 불가능한 사고의 진실을 알고자 직접 뛰어든다. 그리고 ‘블랙박스’가 이 사건의 내막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라일라 메이가 학교에서 들었던 악명 높은 설계 문제. 지금 우리가 시달리는 도시에서, 이 성장이 저해된 판잣집에서 우리를 구해줄 완벽한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는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천사한테 난 치아 모양처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이 블랙박스다. _94쪽

블랙박스란 직관주의의 창시자 풀턴이 연구했던 완벽한 엘리베이터의 청사진을 의미한다. 완벽한 엘리베이터는 기존의 “무덤”과 같은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의 언어로 쌓아올려진 견고한 수직 도시를 파괴하고 자유와 해방의 천국으로 상승시켜줄 장치다.

라일라 메이는 제2의 상승이 초래할 온갖 결과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블랙박스를 내놓고 나면 이 도시를 파괴해야 할 것이다. 현재 뼈대는 그 장치에 흐르는 골수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고 돌무더기를 덜 인기 있는 자치구로 나른 뒤 새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_275쪽

따라서 블랙박스를 찾는 일은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라일라 메이가 새로운 도시를 찾아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블랙박스와 추락 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며, 라일라 메이는 완벽한 엘리베이터라는 꿈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과 얽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콜슨 화이트헤드는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기울어진 세계의 부조리를 섬세하고 건조한 언어로 가만히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한다. 《직관주의자》는 사건의 해결이라는 결말을 향해 전개되는 탐정소설의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결국 세상이 온전히 설명될 수 없으며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이 점점 더 깊어지는 미스터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독자 또한 콜슨 화이트헤드가 교묘한 반전과 아름다운 산문으로 정밀하게 건축한 미로의 힘에 매료된다.

“엘리베이터는 열차다. 종착지가 천국인 완벽한 열차.”
현재의 한계 너머에 있는 희망으로 도약하는 소설

《직관주의자》가 긍정하고자 하는 것은 기계와 인간, 즉 존재의 불완전함이다. 무언가가 불완전한 것은 이 세계를 누구도 완벽하게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온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회의 진보는 결함 없는 발전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엘리베이터로 상징되는 기술의 발전은 더 나은 미래로의 상승이라는 꿈을 약속했지만, 낙관적 전망은 언제라도 망가지고 추락할 수 있다. 11호기 엘리베이터가 어느 날 돌연히 추락한 것처럼. 《직관주의자》에서 기존의 엘리베이터는 권력자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성의 폭력을 나타내는 비판적 의미에서의 수직성을 의미한다. 계급을 나누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지금의 엘리베이터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풀턴이 남긴 말처럼, “발전을 이끄는 것은 실패”다. 실패한 이 도시에서, 라일라 메이가 찾고자 하는 새로운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또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줄 열차다.

“열차를, 여러분과 단어 사이에 있는 곳을 기억하자.
엘리베이터는 열차다. 종착지가 천국인 완벽한 열차.” _125쪽

라일라 메이는 엘리베이터 수직 통로의 어둠 속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보며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빛”이 있으며 “구원은 없을 것”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도리어 그 작은 빛에서, “새로운 도시가 다가오고 있음”을 강렬하게 직감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직감하는 직관주의라는 설정은 ‘대상의 겉면’이라는 편향된 기준에 의해 세워진 백인 권력자들의 사회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적 구조를 흑인 여성으로서 직접 느끼며 살아가는 라일라 메이의 세계에 대한 은유다. “사물과 영적으로 소통하는 기계시대의 샤먼”이라는 김보영 작가의 말처럼, 라일라 메이는 자신의 감각이라는 언어로 번역된 느낌으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도시를 갈망하며 직접 느끼고자 한다.

라일라 메이는 직관주의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간단명료하다.
자신이 아닌 것과 하는 소통. _330쪽

콜슨 화이트헤드는 《직관주의자》에 관한 한 인터뷰에서 공식적인 역사가 매우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과거의 일이 고정된 채로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공존하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섬세하게 구성된 이 우화 속에 잘 숨겨져 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주인공과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비밀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비밀의 민낯은 허무하고 건조하다. 그러나 라일라 메이는 대도시의 실패를 직시하며 낯선 희망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직관주의자》는 어둠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빛에서 어딘가에 존재할 다른 세상을 강렬히 직감하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콜슨 화이트헤드
Colson Whitehead
1969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랐으며,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흑인 여성 최초의 엘리베이터 조사관 라일라 메이 왓슨이 가상의 도시에서 추락 사고의 진실을 찾아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 《직관주의자》(1999)로 데뷔한 뒤, 두 번째 작품 《존 헨리의 나날들John Henry Days》(2001)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제1구역》(2011) 등 세 편의 소설과 두 편의 에세이를 집필하며, 똑같은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인 적 없는 도전적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여섯 번째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2016 전미도서상과 2017 퓰리처상ㆍ앤드루카네기메달ㆍ아서클라크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타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니클의 소년들》(2019)로 ‘자신만의 미국 고전 장르를 창조해가고 있다’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2020 퓰리처상ㆍ오웰상, 2019 커커스상을 받으면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두 번째 퓰리처상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할렘 셔플》(2021)은 미국 아마존 차트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목차

1부 하강
1장·13
2장·101
2부 상승
1장·201
2장·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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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