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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은행나무
16,000
책 소개

2021년 3월 출간 후 누적 판매 59만 부
독일 유력 시사주간지 〈슈피겔〉 및 독일 아마존 49주간 베스트셀러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인간으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용기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린 소설

심각한 팬데믹 상황에 직면하게 된 2020년 3월, 여러 관점에서 현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인 주인공 도라는 꽤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광고 카피라이터로, 베를린 소재의 아름다운 집에서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행복하지 않고 무능하다고 느끼던 도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더는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독한 도주 본능에 시달린다. 종종 로켓을 타고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날아가 마침내 평온과 평화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단지 코로나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것을 선사해주는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문제에도 직면케 하는 현 시대를 제대로 헤쳐나가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도라는 언제라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녀는 프로젝트의 쳇바퀴에 한 번도 저항해보지 않은 게 아니라 시대에 적합한 삶의 모델로서 그 쳇바퀴를 받아들였던 거다. 그런데 이후에 변한 게 있었다. 도라 내부가 아닌 바깥 주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도라는 더는 함께할 수 없었다. _23쪽

더 많은 자유와 숨 쉴 공간이 시급했던 도라는 봉쇄령이 내려지기 직전 반려견 요헨과 함께 베를린을 떠나 구동독 지역의 시골 마을 브라켄으로 이사 간다. 하지만 이 마을은 생각했던 만큼 목가적인 곳이 아니었다. 새집엔 가구 한 점 없고 넓은 마당은 황무지와 다름없으며 시내로 나가는 교통편도 형편없다. 이웃들은 더욱 골치 아프다. 특히, 마당의 높은 담장 너머에 사는 옆집 남자 고테는 머리를 박박 깎은 극우주의자로, 집 밖에 거대한 독일 국기를 내걸어놓고 밤에 친구들과 함께 나치 당가를 불러대는 등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반면 무뚝뚝하고 거친 태도와 달리, 집 안 가구와 소품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집 벽면 페인트칠을 도와주고 쇼핑, 드라이브, 그릴 파티를 함께하는 등 친절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당신들 대도시 여자들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모두 나치라 부르는군.”
“고테, 당신은 ‘호르스트 베셀의 노래’를 부르잖아요. 당신이 부르는 걸 들었다고요.”
(…)
“아, 그거. 그냥 노래일 뿐이잖소.”
“나치 노래예요. 심지어 금지곡이고요.”
“우리가 여기 앉아 있는 것도 금지돼 있소.”
그가 옳다. 그녀는 또다시 팬데믹을 잊고 있었다. 어쩌면 현재의 삶에 새롭게 적응한다는 건 현실성을 상실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_377-378쪽

도라는 타인들과 언제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대도시 공간에서와 달리,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지녔지만 끊임없이 다가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이웃들에 둘러싸여 그들과 대립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겪으며 지금껏 지켜온 가치관과 살아온 삶에 엄청난 도전을 받게 된다.

“나는 인간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말하자면 그들은 상황이 달라 보이는, 아주 다른 자신들의 우주에 살고 있다. 물론 함께 살아가는 데 어떤 행동과 말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를 가르는 경계가 있다. 이 경계는 일부는 법을 통해, 또 일부는 도덕, 품위, 취향의 불문율을 통해 보호된다. 이는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좋은 것이다. 물론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 경계 범위 내에서조차 자신들과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하는 걸 힘들어하는 추세다.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나 자신은 옳고 다른 이들은 미쳐간다고 느끼게 한다. 그로 인해 결국 인간은 외로운 존재가 되며, 이것은 우리가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나누고 싶어 하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방해한다.” _작가의 말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언어로 지금 여기의 삶에 대한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 소설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비록 전혀 다른 가치관에 의해 대립할지라도, 우리 인간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야 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역설하고 있다. 고립과 불안의 팬데믹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질문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 옮긴이의 말

“우리의 다양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 《인간에 대하여》를 통해 인간의 본질, 공포와 고뇌, 편견과 약점, 그리고 위기 때 드러나는 강점을 통찰해볼 기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저자 소개

율리 체
Juli Zeh
197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파사우와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에 첫 장편소설 《독수리와 천사》를 발표하며 독일어권 문학계의 신예로 급부상했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며 지적 담론을 생성하는 율리 체의 작품은 독일 문단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SF소설, 추리소설, 범죄소설 등 여러 장르의 형식을 빌려 현실을 진단하는 그녀의 글쓰기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라우리저 문학상(2002), 횔더린 상(2003), 에른스트 톨러 상(2003), 칼 아메리 상(2009), 토마스 만 문학상(2013), 힐데가르트 폰 빙엔 상(2015), 브루노 크라이스키 상(2017), 쾰른의 하인리히 뵐 문학상(2019) 등을 받았다. 2018년에는 독일연방공화국 공로상을 받고, 같은 해 브란덴부르크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되었으며, 법조인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집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유희 충동》(2004),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2007), 《어떤 소송》(2009), 《잠수 한계 시간》(2012), 《새해》(2018), 어린이책 《사람들의 나라》(2008), 에세이집 《자유에 대한 공격》(2009) 등이 있다.

목차

1부 시골
1장 브라켄 · 9
2장 로베르트 · 25
3장 고테 · 47
4장 쓰레기 섬 · 60
5장 구스타프 · 69
6장 재활용병 · 80
7장 R2-D2 · 94
8장 꽃 꺾기 · 105
9장 손전등 · 115
10장 버스 · 122
11장 센터 · 128
12장 악셀 · 133
13장 톰 · 140

2부 씨감자
14장 AfD · 151
15장 요요 · 160
16장 브란덴부르크 · 174
17장 슈테펜 · 182
18장 몽셰리 · 189
19장 프란치 · 200
20장 호르스트 베셀 · 209
21장 가오리 · 223
22장 크리세 · 229
23장 수국 · 232
24장 병정들 · 239
25장 이메일 · 244
26장 페인트칠 · 250
27장 자디 · 259
28장 박물관 · 272
29장 칼 · 282
30장 인간에 대하여 · 289

3부 암
31장 굿바이 · 301
32장 조각품 · 308
33장 아버지와 딸 · 319
34장 프로크슈 씨 · 328
35장 암 · 338
36장 햇감자 · 349
37장 유니콘 · 361
38장 목살 스테이크 · 371
39장 푸딩 · 383
40장 짹짹 · 391
41장 포효 · 401
42장 플로이드 · 409
43장 피어나는 우정 · 422
44장 파티 · 430
45장 슈테 · 442
46장 오두막 · 455
47장 파워 플라워 · 461
48장 교통체증 · 467
49장 프로크슈가 죽었다 · 476
50장 비 · 490

옮긴이의 말 ·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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