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책”_재재(〈문명특급〉PD)
★ “근사한 성취만을 내세우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시시해질 기회를 내어주는 이야기”_임지은(작가)
물음표투성이 세상에 스스로 느낌표를 찍는 법
“뻔뻔해져도 좋다, 자기 자신을 믿는 일에는”
1부 ‘씩씩한 실패’에는 퇴사를 결심했던 순간의 진솔한 고민들이 담담한 어조로 쓰였다.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스스로 되고 싶었던 모습 사이의 괴리와 함께, 실패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넘어서기까지의 이야기가 내밀하게 담겼다. 일면에서는 저자를 향해 번듯한 직장을 3년 만에 그만둔 것 자체가 실패라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실패는 오히려 퇴사 직전의 불행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퇴사는 더 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변화를 위해 내린 선택이었을 뿐. 막다른 길에서 벽을 더듬거리기보다, 차라리 발걸음을 돌려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 도망친 것이다. 그것이 불행한 나를 스스로 구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므로.
내게 퇴사는 아등바등 손에 쥐고 있던 걸 놓는 일이었다. 양손 가득 욕심껏 쥐고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기보다 가장 가지고 싶은 것, 꼭 쥐어야 할 것만 쥐는 삶을 선택하는 게 내 분수에 맞다고 생각했다. (중략) 내가 가장 쥐고 싶었던 것은 ‘나의’ 행복, ‘나의’ 일, ‘나의’ 삶이었다._30~31쪽
2부 ‘원하는 삶의 궤도’에는 스물두 살의 이른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은 세상의 이치와 가치 있는 삶에 대한 폭넓은 사유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을 ‘자격’, 스스로의 가치를 보여주는 ‘쓸모’,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것의 의미,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 등 다채로운 글감으로 채워졌다. 저자의 고유한 경험과 꾸밈없는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기반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어 3부 ‘무언가가 될 나이’에서는 입사로 중단했던 학업을 퇴사 이후에 마무리하며 새로운 진로를 찾고 다시 도전하고 욕망하는 마음을 풀어냈다. 진로 고민은 “앞으로 살아갈 서식지를 고르는 일과 같으며”(138쪽)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어려운 평생의 과업인 만큼, 저자 역시 한평생 ‘서식지’를 고르며 살아왔다. 열두 살 때부터 계속하던 미술을 스물둘에 그만두고, 하고 싶어 했던 아나운서 일을 입사 3년 만에 그만둔 것은 모두 그 영역이 내게 맞는 서식지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잘 적응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마음 옆에 당장 잘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에 거침없이 도전해보는 뻔뻔한 믿음을 잊지 않고 챙기기를 격려한다.
서식지를 몇 군데 지나고 보니 돌연변이가 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살고 싶은 대로 못 사는 것이었다. 정말 내게 적합한 곳인지도 알 수 없는 서식지에 나를 맞추려고 애쓰거나, 혹은 내게 익숙한 서식지가 최선의 서식지일 거라 믿으며 안주하기보다 원하는 곳에서 돌연변이로 사는 것이 백번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돌연변이가 될지라도 사랑하는 서식지에 사는 것을 두려워 말자._140~141쪽
마지막으로 4부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한 우리‘에는 결혼하고 새로운 가족을 꾸리며 깨달은 관계에 대한 다정한 통찰이 담겼다. 엄마 아빠, 남편과 아이 그리고 10대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반려견과의 관계를 곰곰 반추해보며, 사랑과 유대 속에서 결핍이 필연적인 불완전한 존재인 개인이 충만해질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본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품을 내어주고 또 파고들며 살 수 있는 무한한 기쁨을 말하며,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고픈 존재들 곁에서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모습,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보며 꽉 찬 긍정으로 마지막 4부를 매듭짓는다.
나라는 하나의 존재는 많은 결점이 있다. 그런데 어떤 관계에서 나라는 존재는 충분해진다. 혼자 있을 땐 가진 게 없어보였는데 둘이 있을 땐 나도 모르게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음을 깨닫는다. (중략) 관계를 통해서 엉겁결에 나는 가진 것도 많고 사랑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충분하게 만들어주는 사이랄까._212쪽
“속도보다 중요한 건 삶의 방향이다. 나는 어떤 궤도를 그리며 살 것인가?”
근사한 성취를 내세우는 세상 속
더 가뿐한 삶을 고민하는 기쁨에 대하여
“수민이는 빠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또래보다 빨리 했다는 말이다.”(246쪽) 저자는 책을 쓴 스물여섯의 나이에 입사와 퇴사, 결혼·임신·출산을 경험했고, 책이 출간된 현재 스물일곱의 나이에는 육아와 살림 그리고 대학 전공인 미술과 전혀 다른 분야의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그가 ‘반오십’ 인생을 살면서 일군 ‘빠른’ 성취에만 주목했지만,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며 결국 인생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그에게도 빠르게 성취하기 위해 조급해하고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웠던 순간이 있어왔다. “무언가가 되는 것은 당시 내게 무척 중요했다. 하루 빨리 나를 이 사회에서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이름 앞에 나를 설명할 무언가가 있어야만, 명함 비슷한 것이 있어야지만 사회가 나를 껴줄 것만 같았다.”(147쪽) 하지만 불안함과 안달복달이던 마음 끝에 남은 것은 텅 빈 요령, 허무함 그리고 방향을 잃은 자신이었다.
속도는 상대적이다. 사회의 기준이나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빠른지 느린지 비교하기 십상이지만, 방향은 절대적일 수 있다. 방향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과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게 천천히 자신만의 궤도를 따라 걸을 때 비로소 우리는 빠르게 떨어지는 속도에 못 이겨 직진하기만 하는 유성이 아니라 균형을 잡고 돌아가는 행성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사회는 ‘빠르고’ ‘근사한’ 성취를 종용한다. 점수나 속도로 평가되는 것들에 쉽게 압도되고 마음속이 끝없는 비교와 불안으로 가득해지지만, 어쩌면 서로 다른 삶의 모양새를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기준에 스스로를 빨리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궤도를 그리며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일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깊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모두 각자의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행성이 되기를 격려한다.
무언가가 될 나이 같은 건 사실 없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설사 그게 내가 원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니더라도, 포기만 안하면 결국엔 반드시 하게 된다. 그게 무엇이든._149쪽
저자(글) 김수민
언론인>아나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SBS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열둘부터 그렸던 그림을 그즈음 놓았다. 스물다섯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스물여섯에는 책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를 썼다. 글쓰기는 시작한 첫날도 마지막날도 알 수 없어서 어렵다.
관계로 명명된 이름을 좋아한다. 유튜브 채널 ‘수망구’를 운영하며 얻은 애칭 ‘수망구’, 언니, 여보, 엄마, 우리 딸. 관계에서는 한 번도 도망치거나 그만둔 적이 없다. 그 덕분에 이만큼 왔다.
목차
Prologue: 엄지발가락 들어 올리기
CHAPTER 1 · 씩씩한 실패
가난했던 봄의 사직서
아나운서라는 현실
슬럼프? 아님 실패?
퇴사를 결심하다
날개
소문
선택을 책임지기
그렇게 즐겁지 않았으니까
긍정 파산
팔자가 말해주는 것
라디오 뉴스
멀리서 보니 다 작아 보이는 게 웃기네
CHAPTER 2 · 원하는 삶의 궤도
자격은 만드는 것
쌩쇼
사유의 정원
쓸모없음을 견디는 일
시간의 주인
현실적인 꿈
애기와 외계인 사이
의미의 재정의
CHAPTER 3 · 무언가가 될 나이
서식지 옮기기
누구나 옷 갈아입을 땐 잠시 나체다
때가 되면
수험생
내 세상이 끝나는 기분
욕망
쪽팔려!
가격과 가치
편협함
어른과 성인의 차이
CHAPTER 4 ·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한 우리
처음 보는 남자
삼프터는 국룰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가지면 그만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결혼의 이유
사는 게 별게 없어
엄마
사랑받는 것
내가 그렇게 못생겼어?
사랑의 능력
메멘토 모리
적절한 속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은 온다
Epilogue: 내가 무너질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