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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흰가슴에 붉은꽃이 피는가
윤재웅 깊은샘
18,000
책 소개

미당의 시세계를 찾아가는 시로 쓴 다큐멘터리, 가슴으로 찍은 로드 에세이

저자가 길어 올린 미당 문학의 매혹의 성과물은 한편의 잘 만든 로드에세이를 연상케 한다. 저자는 스물세 해 동안 미당을 키운 팔할의 바람이 머물던 곳들에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을 물들인다. 미당의 탄생지인 질마재 마을에선 시인의 외롭고 가난한 천성을 지니게 된 흔적을 더듬고, 칠산 바다에선 마음의 번뇌를 식히던 쓸쓸한 충만의 바다를 관조한다. 줄포와 고창에선 청소년 미당의 항일정신과 방황하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돌아보고, 선운사에서 처연한 동백의 붉은빛 낙화와 자신을 시인의 길로 인도한 석전 박한영과의 인연에 주목한다. 그리고 동리국악당에서 미당시가 도달한 전통의 세계가 가야금과 판소리로 이어진 미당의 전통소리에 대한 깊은 사랑에 있었음에 주목한다.
저자가 훑어가는 미당의 지리적, 정신적 여정은 그대로 한편의 시이고 감성으로 버무린 다큐멘터리이다. 저자는 스승 못지않은 아름다운 문장을 앞세워 미당의 시적 성취에 이르는 단단한 여정을

때로는 번민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때로는 깨달음에 이르는 철인(哲人)의 육성으로 영롱하게 색칠한다. 여기에 미당 시문학의 질감과 마음결을 헤아리듯 곳곳에 배치된 인상적인 사진들도 이 책이 다다르는 아름다운 시문학의 또 다른 절경이다.
저자는 서정주 문학의 진한 자양분을 제공한 질마재를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현장으로 꼽는다. 미당의 고향마을엔 시인이 시집을 통해 이야기한 사건 현장들이 대부분 남아 있다. 생가, 외가터, 서당터, 도깨비집터, 신발 떠내려 보낸 냇물, 부안댁터, 알묏집, 「간통사건과 우물」의 현장인 우물,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이 오줌 누워 키우던 무밭…. 이는 곧 시인의 고향마을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의 문학과 인생에 영향을 미친 주변의 여러 공간들에 주목하게 해 이 책을 문학지리학이자 서정주 문학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로 탈바꿈시킨다.
저자는 시인의 시가 탄생한 중요한 고창 일대를 바람처럼 쉬 다녀올 것을 권한다. 동백나무 사라진 빈터에 가서 〈나의 시〉를 읊으면 시인이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장모님의 펼쳐진 치마폭에 올려다 놓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물 빠진 하전 개펄에 가면 빈 바다의 쓸쓸한 충만을 느껴보는 특별한 감회를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바다〉, 〈조금〉, 〈행진곡〉, 〈영산홍〉 등을 꼭 읽어보고 갈 것을 추천한다. 또한 풍천의 소금막에 들러 소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되새기고, 좌치 나루터의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마을을 이어주던 문명의 열림을 경험해볼 것도 권한다. 마지막으로 봄철 동백 질 때, 초가을의 상사화 필 때, 늦가을의 단풍철에 선운사에 들러 자연이 주는 감성의 세례도 흠뻑 맞고 오고, 오는 길에 〈선운사 동구〉 시비도 감상해볼 것을 권한다.

미당의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엮은 문장과 편집과 사진의 리스펙트 헌정 에세이

평생을 시 창작에만 몰두해온 한국 현대시의 큰 산에게서 문학 세례를 받은 저자와 저자의 동기, 후배가 엮어낸 한 편의 트리뷰트 기념 에세이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책은 그래서 독자들에게 더욱 울림이 큰 감성으로 다가서게 한다. 저자는 서정주 시인 사후 20년 이상 다양한 기념사업을 해오면서 주변의 문학평론가와 제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20권의 전집을 간행한 국문학자이다. 그는 서정주 전집 출간 이후 미당 문학의 또 다른 성취를 엿보기 위해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는 제자로서 미당 문학의 다른 성과물로 독자가 쉽게 다가설 수 있고 문학과 예술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일종의 문학여행 에세이 저술 여정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정의 일부는 서정주 기념사업을 함께하고 전집을 같이 만든 친구 전옥란의 교정과 학과 후배인 고창 출신 박성기 대표의 사진이 더해져 문학여행 에세이로서 더욱 격을 높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미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합이 잘 이루어져 만든 좋은 성과물이 아닐 수 없다.

미당 문학의 객관적인 평가에 답하는 문학적 사료가치가 높은 자료 공개

이 책은 한국 탐미시의 대가가 문학적 영향을 받은 지역과 인물을 찾아가는 인문교양 에세이답게 문장과 사진에서 빼어난 아름다움의 질감을 더한다. 저자의 질마재 마을과 고창 일대를 세심하게
훑어본 시적인 문장도 발군이지만 여기에 더해 질마재 마을의 시적 운치를 더하는 장치로 고창 출신 사진 에세이스트의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눈부시게 빛나는 질마재 갯벌과 지천으로 흐드러진

노란 국화꽃밭, 선운사의 눈 내린 마당 풍경, 칠산 바다의 쓸쓸한 충만, 좌치 나룻터의 홀로 매어둔 나룻배, 노을 지는 서해바다 풍경, 한적한 고창읍성의 오후, 줄포의 쓸쓸한 거리, 미당시문학관 내부에 전시된 유서 깊은 미당 가야금, 한문 필적이 좋은 아버지 서광한의 편지 등 귀한 사진이 이 책의 또 다른 볼거리다.
이 책은 또한 미당의 자전적 일대기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희귀 자료도 실어 미당 문학의 숨겨진 2인치까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문학 사료적 가치에도 정성을 쏟았다. 미당의 생전 시작노트를 비롯해 줄포공립보통학교 학적부, 동아일보 1930년 12월 18일 ‘학생압송사건’ 기사, 1936년 동아일보 신춘현상공모 입선 기사, 1938년 미당 결혼사진, 1940년 「신세기」 11월호 〈행진곡〉 시 발표 지면, 중앙고보 중 2때의 광주학생운동지지 시위로 퇴학된 사건 기록 등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미당의 항일정신과 대단한 문학적 성과까지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저자 인터뷰]
교수님께서는 〈미당 서정주 전집〉으로 서정주 시문학을 총결산하시고, 서정주 시선집, 서정주 시문학 평론 등 그동안 서정주시문학을 정리하고 집대성해 오신 서정주 문학 연구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한국 문학에서 서정주 문학이 끼친 영향과 서정주 문학의 위치는 어떤 것이라고 평가하시는지요?
서정주 문학은 아름답고 미적 완성도도 높다. 잘 빚어진 도자기처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윽하고 황홀하다. 서정주 문학은 생의 심층을 성찰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으며 우리의 전통사상과 풍속과 미학 등을 현재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서정주 문학의 영역은 시간상으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공간상으로 세계 전역을 두루 살핀다. 뿐만 아니라 창작 기간만 70년에 이르러서 10대부터 80대까지의 인생 경험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문학사에서 흔치 않는 사례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서정주의 미적 성취는 서정주만의 독창성을 구축했다는 데 있으며 이는 예술가로서 도달해야 할 가장 영예로운 ‘아버지의 자리’이기도 하다. 서정주는 한국 현대시의 큰 산맥이자 바다이며 문학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창의적인 절대자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독창성이 동시대나 후대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그동안 국문학자로서 학위논문과 관련 평론, 시선집 정리 등으로 서정주 문학의 진면목을 문학적으로 평가해 오셨는데요. 이번에 시인의 자전적 문학 로드 에세이를 통해 그동안 서정주 문학을 어떤 면에서 고찰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서정주 문학과 연관이 있는 삶의 구체적 현장을 돌아보고 싶었다. 이 책은 명시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환경인문학적 고찰이다. 이는 연구논문이나 학술저서와는 또 다른 시도로서 시인의 경험과 추억을 실제의 현장을 통해 추적해 가는 방법이다. 시가 탄생한 공간, 시인이 지나쳤던 길가에 가서 시인과 시를 다시 불러내는 호명 의례 비슷하다. 연구도 이론도 비평도 창작도 아닌, 그 동안 우리 문학의 울타리에서 잘 시도하지 않았던 ‘공간의 시학’이다.

이 책은 ‘서정주’라는 한국 현대시의 상징 같은 시인의 탄생지부터 질풍노도의 시절, 문학적 영향을 끼친 시공간과 인물에 이르기까지 인간 서정주를 탄생시킨 다양한 요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문화·지리·인물 탐색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서정주문학의 어떤 점들을 부각시키고 싶으셨습니까?
서정주 문학은 절대로 책상머리에 앉아서 상상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다. 자기가 간절하게 경험한 것들 위주로 시를 만드는 게 서정주 창작의 중요한 비밀이다. 언제 어디에 있든 간절한 마음이 생겨야 시가 탄생한다. 손끝의 재주나 기교로 쓰는 시는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심장의 피를 쥐어짜서 간절한 마음으로 시를 써야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몸으로 직접 겪는 경험 즉 체험이 중요하다. 이런 체험의 무대가 곧 장소요 공간이며,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정주 문학의 주인공이 된다. 그곳에 가서 그들을 만나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시인의 고향마을에 대한 독특한 조명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서정주 문학여행을 가시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여기 여기에서 서정주 문학의 독특한 탐미적 영향을 발견해 보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곳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질마재 마을에 가면 시 속에 나오는 공간과 인물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 조각상들이 많이 있다. 생가 바로 맞은편에 부안댁 조각상과 생가 왼쪽 옆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 조각상이 대표적이다. 부안댁은 물동이 이고 가는 소녀 이야기를 다룬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의 실제 주인공이다. 이 시는 성숙한 소녀와 나 어린 소년 사이의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다룬 명작인데 실제 모델은 생가 앞집에 사는 부안댁이다.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은 활달하고 욕 잘하는 씩씩한 여걸이다. 저 신라시대 지도로대왕 왕비만큼이나 왕성한 배설 기능을 보여준다. 여성의 건강한 육체가 자연을 건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초라하고 꾀죄죄한 남성들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된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찬양이 이 시집 속에는 많다. ‘매력적인 그녀들 흔적 찾기’를 권한다.

《누구의 흰가슴에 붉은꽃이 피는가》에는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과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사진들로 서정주 문학여행 에세이의 깊이와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서정주 문학 여행지로서의 고창과 주변 명소들의 아름다운 풍광은 서정주 문학 탄생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특별히 권할 만한 서정주 문학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입니까? 덧붙여 이번에 서정주 문학지를 더욱 아름답게 빛나게 했던 사진과 사진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고창읍성이 중요하다. 명시 〈나의 시〉의 실제 무대이다. 예전에, 시인이 장모와 함께 왔던 1939년 봄에, 성 안 너른 뜰에 오래 묵은 동백나무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동백나무가 있던 그 자리가 어디쯤인지 모른다. 그러나 동백나무 사라진 빈터에 가서 이 시를 읊는 묘미가 있다. 그러면 시인도 살아오고, 시인이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장모님 펼쳐진 치마폭에 올려다 놓는 장면도 상상된다. 하전 개펄 탐방도 권한다. 물 빠진 개펄에 가서 빈 바다의 쓸쓸한 충만을 느껴보는 체험은 특별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이와 관련된 시편들을 미리 읽고 가면 더 좋다. 〈바다〉, 〈조금〉, 〈행진곡〉, 〈영산홍〉 등을 추천한다. 풍천과 좌치 나루터도 꼭 가보기를 권한다. 풍천은 이전에 장수강이라 불렸으며 소금막이 있었다. 여기서 소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들이 질마재 마을 사람들이었다. 눈물겨운 가난의 주인공들이다. 풍천 하구에 좌치 나루터가 있다. 옛날의 나룻배가 재현되어 있으며, 이 나룻배가 마을과 외지를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알면 탐방의 묘미가 한층 더 생긴다. 선운사는 강추한다. 봄철 동백 질 때, 초가을의 상사화 필 때, 늦가을의 단풍철을 특히 권한다. 선운사의 ‘만세루’도 눈여겨보아야 하고, 선운사 입구의 〈선운사 동구〉 시비도 꼭 찾아봐야 한다.
아름답고 다채로운 사진들이 이 책의 주요한 특성이다. 현장의 특성을 잘 아는 고창 출신의 작가가 사진을 맡아주었다. 저자로서는 행운이다. 미당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합이 잘 이루어
진 경우다. 노을 지는 서해바다 풍경, 한적한 고창읍성의 오후, 줄포의 쓸쓸한 거리, 미당시문학과 내부에 전시된 유서 깊은 미당 가야금, 한문 필적이 좋은 아버지 서광한의 편지 등 귀한 사진이 이 책의 또 다른 볼거리다.

서정주 시문학 탄생의 영향을 끼친 사건이나 인물들로는 어떤 분들이 주요한 인물들이었습니까? 이분들의 어떤 점에 영향을 받아 서정주 시문학의 인간의 희로애락을 빼닮은 빼어난 시편들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까?
석전 박한영 스님은 미당의 ‘뼈와 살을 데워 준 스승’이다. 젊은 날 방황하는 소년을 이끌어준 한국 근대불교계의 대석학 큰스님이셨는데 미당 문학정신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지적 수준과 엄정함과 부지런함과 마음밭의 맑음이 제자에게 잘 전해졌다.
외할머니는 어릴 적 미당의 문학교사였다. 수많은 이야기책을 통째로 외워 어린 손자에게 박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곤 했다. 문학적 리터러시가 풍부하게 되는 결정적인 영향이었다. 여기서 훈습된 이야기-서사에 대한 재능이 후일 〈질마재 신화〉의 입심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책으로 읽어 영향을 받은 경우는 싯다르타가 제일 중요하다. 부처님의 말씀은 미당 문학의 평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주관, 시간관, 사유체계 등 미당 문학 저변에 불교의 영향이 깊게 드리웠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는 초기시에 영향을 강하게 미쳤는데 이를테면 극한의 절망과 좌절감 등을 미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병든 수캐처럼 심하게 앓으며 일부러 낮은 데로 임해서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려는 아웃사이더의 태도가 두 사람에게 다 있었다.

책에서도 가끔 언급이 되곤 하는데요. 생전에 서정주 시인은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이셨습니까? 문학하는 후배들에게 늘 당부하시던 말씀은 어떤 것들이었는지요?
감성과 이성이 잘 조화된 분이다. 시에서나 시론에서도 자주 강조하는 말이지만 머리와 가슴을 균형감 있게 발전시키라고 조언한다. 공부하는 일상의 태도는 솔선수범이다. 이분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밖에 없는데 엄청나게 노력하여 큰 시인이 되었다. 책을 많이 읽었으며 외국어 공부에도 열심이셨다. 한문, 영어, 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가 가능했다.
당부의 내용은 문학을 하려면 세계문학의 수준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당대의 인기에 지나치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있었다. 문학의 보편성 즉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서 오래도록 호소할 수 있는 감동적인 문학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시곤 했다.

한국문학에서 일각에서는 서정주문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서정주문학의 올바른 평가와 자리매김을 위해서 이러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평가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점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문학에 이념적 잣대를 대려는 정치적 선동 바람이 가라앉아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서정주를 읽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서정주의 흠결을 침소봉대해서 어떻게든 단죄하려 한다. 서정주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책을 읽는 교양인답게, 서정주의 윤리적 단점보다 문학적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균형감을 회복했으면 한다. 서정주가 어디 친일시만 썼는가. 항일시를 썼다가 감옥살이도 하고 일제에 저항하다가 퇴학도 당했다. 1천 편도 넘는 아름다운 모국어시에 대한 평가는 어디로 가고 4편밖에 안 되는 친일시를 부각시켜서 어쩌자는 것인지 안타깝다. 공적과 과오를 함께 볼 줄 알았으면 한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떤 책으로 읽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특별히 독자들이 이 점을 더 눈여겨 독서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 책은 미당 문학정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입문서이다. 미당의 시를 탄생하게 만든 자연환경,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가 겪은 사건의 현장 탐방을 통해 명시 감상의 새로운 시각을 경험해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책에서 언급된 현장을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를 새로 발견하기를 바란다.
서정주 문학을 두루 다 읽고 오래도록 연구한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있는데, 이는 일반 독자들에게 조금은 심화된 문학여행 안내일 수도 있겠다. 예컨대 질마재 마을 입구인 좌치 나루터에서 미국의 여류시인 메리센트 허니카트와 주고받은 이야기는 서정주 문학 전체에서도 매우 후미진 곳에 있어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이 여인은 지금 살아 있다면 구순쯤 되었을 텐데, 미당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최초의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서정주 연구사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다. 좌치 나루에 가서 상상해보자. 질마재 마을 사람 뱃사공 백풍식. 그 앞에 허니커트와 함께 서 있는 서정주. 풍천을 건네주겠다는 백풍식은 두 사람을 이상한 눈초리로 힐끔거리고…, “우리 고향은 여기 풍천을 건너서 진펄을 걸어 2km쯤 더 가야 하오. 그러니 강을 건너지 말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합시다.”, “참 묘한 곳이군요.” 이런 대화를 바람결에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 소개

윤재웅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한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미당문학 연구가로, 지금까지 서정주 시와 소설, 자전 산문 등을 집대성해 편저로 《미당 서정주 전집》(20권)을 발간하였다.
《누구의 흰가슴에 붉은꽃이 피는가》는 미당 문학의 정신적, 지리적 토양이 된 질마재 마을과 풍천, 곰소, 하천 개펄, 선운사 등을 찾아 서정주 문학 탄생의 흔적들을 돌아본다. 저자는 미당에게 정신적, 문화적 영향을 준 석전 박영한, 김동리 소설가, 외할머니, 서운니 누이 등의 다양한 인물과의 인연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국 탐미시 대가의 문학적 바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꼼꼼히 훑는다. ‘한국어’ 의 아름다움을 깊이 성찰하고 연구해온 국문학자답게 저자는 그만의 시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서정주 시문학 공간을 찬찬히 짚어보며 미당시문학의 아름다움을 들꽃 하나, 나무 한 그루에서 찾아내는, 서정주 시문학 로드에세이이다. 지금까지 학술서 《미당 서정주》, 평론서 《문학 비평의 규범 과 탈 규범》, 소설 《판게아의 지도》, 동화 《들썩들썩 채소학교》 등을 집필했고, 서정주 시선집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를 엮었다.

목차

□ 책머리에 / 서정주 문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문학 여행기

1부. 쓸쓸한 충만의 바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013 / 미당未堂 026 / 질마재 마을 034 / 바다호수 042 / 줄포茁浦 050 /

곰소 066 / 좌치 나루(조화치 나루) 074 / 풍천 -92 / 시인의 고향 104 / 이야기마을 116

2부. 길 따라 물 따라
고창 이야기 143 / 고창읍성 148 / 동리국악당 176 / 선운사 198 / 하전 개펄 230 / 미당시문학관 246

3부. 시집 속 사람들
사람들 이야기 269 / 신부 272 / 외할머니 276 /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 283 / 알묏집 287 /

상가수와 진영이 아재 그리고 장사익 292/ 눈들영감 301 / 소×한 놈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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