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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서보현 문학동네
20,000
책 소개

영어 한마디 못하던 소년에서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토론팀 코치가 되기까지,
토론이라는 세계를 만나며 가닿은 빛나는 이정표들

만 여덟 살 때 한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간 저자는 언어적·문화적 장벽에 부딪히며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또래 아이들과 부딪칠 때마다 생각을 속시원히 표현하지 못해 괴로웠다.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고 때로는 달려들어 싸우며 나름대로 대응해보려 애썼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자 서서히 지쳐갔다. 결국, 어떤 논쟁에도 끼어들지 않고 되도록 갈등을 회피하고 침묵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5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이 일어난다. 학교 토론팀에 가입하며, 다른 사람과 정반대인 의견을 명료하게 밝혀도 다툼이나 불화로 이어지지 않는 마법 같은 세계를 만난 것이다. 토론장에서는 상대방이 말할 때 누구도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고 아무도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거나 주장에 대한 깊은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고(찬반 여부를 내가 정하지 않았으니까), 논쟁적인 의제들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밝혀보는 일(논제를 내가 정하지 않았으니까)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_39쪽

토론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서 건강한 소통에 목말라 있던 답답한 마음이 차츰 해소된다. 그리고 이전까지 느껴본 적 없던 호기심과 열정이 마구 샘솟는다. “어떻게든 꼭 붙들고 있기만 한다면, 나를 구할 뿐 아니라 더 밝은 미래로까지 데려다줄 구명 뗏목을 발견한 기분”(30쪽)으로, 그는 그때부터 거침없이 토론의 세계를 탐험해나간다. 지역 토론대회를 거쳐 세계학생토론대회(WSDC)에 호주 대표로 참가할 자격을 얻고, 그곳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인 최초로 베스트 스피커에 호명되는 쾌거를 이룬다. 이어 하버드대학교에 조기 입학해 4년 전액 장학생으로 하버드대 상위 1% ‘주니어 24’에 선정되는가 하면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에 참가해 또 한번 우승을 거둔다. 현재 그는 미국 최고 권위의 우등생 클럽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 회원으로, 세계적 학자들과 교류하며 하버드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다.


더 넓고 깊은 배움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인문학 교육 도구로서의 토론
: 지금 우리에겐 ‘좋은 논쟁’이 필요하다

저자는 토론이 자신을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이 과연 속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꿈만 꾸던 곳들로 데려다주었다고 이야기한다. 토론은 그가 거쳐온 배움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토론을 하려면 국내외 정치 상황뿐 아니라 역사, 과학,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의 방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해 당장 자신의 의견을 펼 수 있을 만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앎에 대한 실질적인 욕구를 자연스레 불어넣고, 배움의 동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토론은 효과적인 교육 도구다. 게다가 지식 탐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말하는 연습까지 거듭하기에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완성해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논제 파악과 논증 방법, 수사법 활용까지 그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토론대회 준비 과정은 합리적 사고와 전달을 중요시하는 독자들에게 실용적 지식을 전수하고 토론의 기본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토론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기에 공감 능력을 기르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태도를 갖추게 해준다. 잘 반대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하는 것이다.

토론은 나와 다른 의견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세상의 감춰진 부분들을 드러내주었다. 꾸준히 대회를 치르며 우리는 어느 주엔 올림픽에 대해 토론했다가 또 어느 주엔 세제 개혁에 대해 토론하면서 마치 이 주제들에 대해 강경한 의견을 가진 사람인 양 연기했다. 우리는 사는 곳 바깥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생각의 기차를 타고 온 세상을 돌아다녔다. _60쪽


원만한 관계, 더 나은 삶,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잘 반대하는 기술’
: 패배했다고 틀린 의견이 아니다, 이겼다고 반드시 옳은 의견도 아니다

토론대회에서는 누구나 동일한 시간과 공정한 판단을 보장받는다. 상대가 아무리 엉터리 주장을 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이 주어지면, 본래 자신이 믿는 바와는 관계없이 주어진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게 토론의 규칙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실제 신념과 다른 편에서 생각해보고, 때로는 상대편의 입장에 설득당하기도 하면서 혼자서는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 진실과 해답들을 발견해나간다.
토론대회에서는 ‘어느 쪽에 더 설득됐는가?’라는 하나의 기준을 두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토론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틀리거나 잘못된 의견이라는 뜻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승리했다고 해서 무조건 옳은 의견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토론에서의 명백한 승패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소중한 진실을 일깨운다. 자신의 의견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일 못지않게 상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논쟁을 할 때는 상대편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검토해보는 일이 좋은 전략이 된다. 반대 입장에 서보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면들이 존재해 사안의 다층적인 면들을 두루 살피며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는 일 역시 좋은 논쟁에 꼭 필요한 요소다. 이는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행위다. 갈등을 덮어두고 회피하는 일이야말로 어차피 화합할 수 없을 거라는 냉소적인 태도와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잘 반대할-폭력이 아닌 설득의 힘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공통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숙의하고, 우리가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유를 말하고, 그에 응답할 기회를 줄-의무가 있었다. 이 의무는 우리와 집, 일터, 동네, 국가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강하게 적용되었다. 토론을 회피하는 일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기도 했다. _299쪽


AI는 결코 할 수 없는 일, 인간이라서 할 수 있는 일
타인을 설득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

2019년, 저자는 테크 회사 IBM의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과 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훈련받은 인공지능 시스템 ‘프로젝트 디베이터’를 마주한다. 이날 로봇은 뛰어난 실력의 ‘인간’ 토론자와 토론을 벌인다. 토론이 시작되자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어마어마한 정보수집 능력을 발휘해 온갖 연구와 수치로 자신의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상대편의 반박에도 동요하지 않고 상냥한 목소리로 주장을 개진해나간다. 승자는 누구였을까?
토론의 힘은 무엇보다도 서로 얼굴을 맞대는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마법에 있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상대를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열쇠가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식의 한계에 제약당하지 않는 정보력을 보여줄 수 있고, 호소력 있게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면, 논리적 유추나 무수한 사실 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부드럽게 공감하고 타협하는, 인간적인 교감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설득이란 곧 말을 사랑의 무기로 활용하는 일”(저메이카 킨케이드)이다.

세상을 자신의 눈과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동시에 보는 경험은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힘이 든다. 하지만 이는 사랑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다. _358쪽

■ 추천사 이어서
서보현 작가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단 한 순간도 그가 따지고 들기를 좋아한다거나 논쟁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오히려 대화할 때마다 유쾌하고 즐거웠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가 디베이터일 뿐 아니라 실은 세계에서 가장 토론을 잘하는 사람이라서였다. 토론을 통해 어떻게 더 매력적인 대화 상대가 되고, 더 마음이 넓은 사상가, 심지어는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디베이터』를 읽으면 된다. _루이스 메넌드(하버드대학교 영문학 교수)

토론대회의 형식과 기능, 종류까지 아주 잘 소개한 책. 흥미진진한 역사적 장면들과 실용적인 조언도 가득하다. 『디베이터』는 긍정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한 논쟁은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대신 하나로 모은다는 사실을 파고들며 우리를 고무시킨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서보현 작가는 탄탄한 논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신뢰할 만하고 정감 가는 화자라는, 설득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달성했다. 『디베이터』는 수줍음 많은 내향인을 토론 꿈나무로 바꿔놓는다. 이 책에서는 시민들의 각기 다른 생각과, 그 사이에서 불거지는 갈등이 위기에 빠진 문명을 구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펼쳐진다. _제이 하인리히(『유쾌한 설득학』 저자)

양극화와 분노의 시대에 우리는 잘 반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흥미진진하고 지혜로 가득찬 소중한 책이 우리를 좋은 반대로 이끌어줄 것이다. _요한 하리(『주장해줘서 고마워요』 저자)

유해한 주장들이 넘쳐나는 지금 같은 시대에 특히 중요한, 잘 반대하는 법에 대한 유용한 고찰. _커커스

서보현 작가는 실제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바를 펼쳐 보이며 독자를 신나고 놀라운 세계로 데려간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하는 이 책은 토론대회라는 매력적인 세계를 엿보게 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준다. _북리스트

『디베이터』를 읽으며 여러 번 마음속으로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기가 막히게 잘 쓰인 설득력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적인 반대를 주장하는, 모든 사람이 지금 당장 읽어야 할 명쾌한 책. _애너벨 크랩(정치평론가, 『아내 가뭄』 저자)

저자 소개

저자(글) 서보현

인문학자
Bo Seo
세계를 제패한 디베이팅 챔피언. 하버드대 상위 1% ‘주니어 24’에 선정된, 미국 최고 권위의 우등생 클럽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 회원. 하버드대학교 인문학부에서 정치 이론을 공부하고 최우등 졸업했다. 그후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슈워츠먼 장학금으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하버드 로스쿨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다.
세계토론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거두고 호주 국가대표 토론팀 코치 및 하버드대학교 토론팀 코치로 활동했다. 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 리뷰에서 기자로 일했고 호주 디베이팅 프로그램 〈드럼〉의 고정 패널로 출연했으며, 뉴욕 타임스, 애틀랜틱, CNN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에 글을 기고한다.

※ 주요 이력
[한국인 최초]
* 세계학생토론대회(WSDC),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 우승
* 전 호주 국가대표 토론팀 코치
* 전 하버드대학교 토론팀 코치
* 세계학생토론대회 베스트 스피커

[한국 방송 출연]
* tvN 〈문제적 남자〉 화제의 출연자(‘하버드대학교 상위 1%, 세계 No.1 토론왕’으로 출연, 2017)

[그 외]
* 시드니 명문 사립 바커 칼리지 수석 졸업
* 하버드대 조기 입학, 4년 전액 장학생
* 하버드대 상위 1% ‘주니어 24’ 선정
* 미국 최고 권위의 우등생 클럽 ‘파이 베타 카파’ 회원
* 학점 3.987(4점 만점)의 하버드 최우등 졸업생
* 하버드 최우수졸업논문상 후프스상Hoopes Prize 수상자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시작하며 더 잘 반대하기 위하여

1부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
1장 논제: 무엇에 대해 싸울 것인가
2장 논증: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3장 반론: ‘좋은 반대’가 ‘좋은 토론’을 이끈다
4장 수사법: 감동이라는 무기 혹은 전략
5장 침묵: 잘 반대하는 기술

2부 토론의 기술을 삶에 적용하기
6장 자기방어: 무례한 사람을 여유롭게 상대하는 법
7장 교육: 품위 있게 이기고 지는 법을 배우는 일
8장 관계: 가까운 사람들과 ‘잘’ 싸우는 법
9장 테크놀로지: AI는 결코 할 수 없는 것

마치며 토론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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