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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철은 지금: 섬멍 만화
섬멍 창비
14,000
책 소개

낯선 괴식 도루묵에서 배려의 맛 호빵까지
가족을 이룬 두 여성의 군침 도는 일상!

6년차 웹툰 작가인 섬멍은 동성 파트너인 망토와 6년째 함께 살고 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는 섬멍은 망토가 귀갓길에 사온 식재료로 손수 식사를 준비한다. ‘제철음식’은 특정한 시기와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뜻하지만 두 사람의 제철음식은 고된 마감 일정 사이에도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굽고 끓여 만든 요리들, 바로 오늘을 제철로 만들어주는 요리들이다. 함께 시간을 들여 손질한 죽순에 게맛살을 추가해 만든 죽순게살밥은 생활에 즐거움을 더하는 개성 만점 요리다. 세상에 분노하는 날에는 얼얼하게 매운 마라샹궈를 볶고, 망토에게 잘못을 저지른 날에는 그의 화가 풀릴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스튜를 끓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익히면 익힐수록 자꾸만 고개를 쳐드는 낯설고 괴상한 식재료인 도루묵은 “요즘 같은 세상엔 나 잘한다고 외쳐야 한다”라는 당당한 삶의 자세를 성찰케 한다.
물론 식사 준비가 귀찮은 날도 있다. 마감에 쫓겨 설거짓거리가 산처럼 쌓여 있을 때가 그렇다. 그런 날이면 사려 깊은 망토가 출출함을 달래줄 음식을 사 온다. 망토의 손에 들린 봉지 속 따듯한 통목살구이는 푸드트럭에서 파는 흔하디흔한 길거리 음식이지만 바쁜 일과 속에 헛헛해진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한 사람은 야채호빵을, 다른 한 사람은 단팥호빵을 좋아하기에, 둘씩 짝지어 정성껏 소분해둔 것을 우연히 냉동실에서 발견한 날에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주간 연재 일정에 쫓기는 삶 속에서도 ‘함께 먹고 사는 삶’을 지키기 위해 꼬박꼬박 메뉴를 기록한 만화가의 달력에서는 방금 차린 식탁처럼 다정하고 따스한 행복의 온도가 느껴진다. 맛깔 나는 그림체와 우당탕탕 흥겨운 표현으로 시도 때도 없이 군침 돌게 만드는 이 만화를 읽다보면 어느새 방구석 요리사 섬멍을 따라 식재료를 다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요리만화는 아니다.
‘정상’적인 가족만화도 아니다.

“우리는 이혼하지 못한다. 결혼도 못하는데 어떻게 이혼을 한단 말인가.”
“서로의 삶에 책임감을 갖는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이를 증명할 수 없고, 보장받지도 못한다는 것에 얼마나 무력함을 느끼는지.” - 본문에서

이 만화의 장르를 대체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일단은 요리만화라 할 수 있겠다. 간단한 레시피와 식재료에 대한 잡학지식을 전해주니까. 하지만 비법과 재료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가족만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가족의 삶은 소위 정상가족의 생활양식을 따르지 않는다.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해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활발하게 분출하는 지금, 『우리의 제철은 지금』은 서로 사랑하는 두 여성이 지극히 평범한 가족을 이루고자 할 때 부딪힐 수밖에 없는 시련을 단짠단짠 제철음식의 맛으로 은유한다.
그간 “망토와 계속 함께 살 거야”라고 부모님께 끊임없이 선언해온 섬멍에게,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는 “다시 들어와 살면 어떠니?”라는 실망스러운 제안을 한다. 함께 산 지 어느덧 6년이 지났으니 부모님으로선 삶의 동반자를 찾은 자식에게 축하를 보낼 법도 한데, 두 사람이 이룬 가족의 모습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축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사회 역시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함께 교통사고를 겪었지만 두 사람은 법적으로 가족이 아닌 ‘남’이기에 보험 처리 대상이 될 수 없다.
섬멍과 망토, 두 사람은 이런 냉정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거친 오늘을 자신들만의 제철로 차분히 만들어나간다. 함께 건강히, 오래오래 평탄히 살아가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국수를 말아낸다. 온갖 고민에 시달리며 뜬눈으로 밤을 보낸 다음 날이면 입맛을 되살릴 쫄깃쫄깃한 해파리냉채를 무친다. 주인공 섬멍은 망토와 이룬 가족이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줄곧 나이에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가져본 적도 없는 고향을 상실한 듯 막막한 기분에 빠질 때면 ‘고향의 맛’이 나는 조미료를 팍팍 넣고 시원한 냉면 한상을 차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살며 매주의 마감을 치르는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앉은 식탁을 그 어떤 곳보다 포근한 고향이자 안식처로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제철은 지금이다”
다양한 삶을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계절을 대표하는 제철음식들은 다채로운 특색을 자랑한다. 음식에도 제철이 있는데, 나의 제철은 언제일까? 『우리의 제철은 지금』은 막막한 미래 앞에서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만화다. 걱정에 빠져 있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중한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다보면 하나씩 쌓이는 빈 그릇의 높이만큼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풍성한 식욕과 함께 살아갈 의욕을 샘솟게 하는 이 만화의 장르가 사실은 누구나 웃음 짓게 하는 ‘일상 개그 만화’인 이유다. 나의 제철이 반드시 오리라는 기대를 품기 어려운 만큼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비관과 냉소에 빠지기도 쉬운 요즘이다. 『우리의 제철은 지금』은 보기 드문 웃음과 소중한 희망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다양한 이들의 삶을 포용할 역량을 갖춘 세상이 열리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이 작품을 권한다.

저자 소개

섬멍
언젠가는 히트작을 내겠거니.
레진코믹스에서 「청아와 휘민」으로 데뷔했으며
카카오웹툰에서 「타원을 그리는 법」을 연재하고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h_sommone
인스타그램 @sum__mung

목차

프롤로그
1장 마감이 코앞에 푸드트럭
2장 나의 이름은 도루묵
3장 누가 뭐래도 다시 돋는 죽순밥
4장 듬뿍 담아 듬뿍 끓인 스튜
5장 낯설고 얼얼한 한방 마라샹궈
6장 기술과 기도 사이 국수
7장 생각 많은 해파리냉채
8장 진한 육수 고향의 맛 냉면
에필로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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