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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 무역과 외교 전쟁의 역사
우리가 몰랐던 중미 무역과 외교, 그 애증의 역사 188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담배 왕 제임스 듀크는 담배 자동화 기계 발명 소식을 듣고 흥분한다. 그리고 중국 지도 하단에 새겨진 축척과 ‘인구 4.3억’을 보고는 “여기가 우리가 담배를 팔아야 할 곳이다!”라고 소리친다. 미국에게 중국은 담배와 인삼, 모피를 팔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아편’을 팔 수 있는 곳이었다. 흔히 아편 전쟁은 영국과 중국의 대립이라 알려져 있지만 미국도 아편 공급에 합류했으며 아편 장사를 했던 미국 상인 중에는 현재 명문가의 조상들도 섞여 있다. 그리고 중국인이 아편을 태워 번 돈은 미국의 부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장사를 할 곳’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가치관을 전파할 곳’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 미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청나라 시대 중국은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다. 중국 외에 다른 나라는 속국 아니면 오랑캐였으며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아편 전쟁은 중국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며 개방의 문을 강제로 열었지만 그렇다고 자존심과 교만함을 포기하진 않았다. 중국은 미국에 유학생을 보내면서도 유교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매일 외우도록 강요했다. 최초의 중국과 미국은 다른 목적으로 만났지만 그래도 물건과 문화를 나누는 우호적인 벗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미국은 아편 전쟁에 합류한, 중국 상인을 죽이고 중국인 이민자를 배척한 존재로 변화했다. 실용주의 노선을 걷던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로 바뀌었고, 중국은 개혁과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그리고 그 둘은 서서히 서로에게 벽을 세우게 되었다. 이때 생긴 고정관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외교 비사와 무역 뒤의 진실 “중국을 존중합시다(Let her alone). 중국이 독립을 누리고, 자신의 방식으로 발전하게 합시다. 중국은 여러분들을 적대시하지 않습니다.” -본문 262쪽 이 연설은 1868년 공친왕으로부터 중국의 흠차대신 임명을 받은 미국인 벌링게임이 미국과 서구 국가들에 향해 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을 동등한 무역·외교 파트너로 여겼으며 중국 역시 신생 민주주의 국가였던 미국을 신뢰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의 전통적 외교관과 미국의 실용주의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점점 위기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난 세기 있었던 중국과 미국의 외교 비사, 무역 과정을 매우 상세히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놀랍고도 흥미로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 역사적 장면 1: 1784년 미국 상선 한 척이 중국 광저우에 도착한다. 미국과 중국이 최초로 무역 교류를 하는 순간이다. 당시 미국이 대중국 무역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 역사적 장면 2: 1793년 9월 14일, 건륭 황제는 영국 왕 조지 3세가 파견한 조지 매카트니 일행을 접견한다. 그러나 이 만남은 파탄으로 끝을 맺는다. 영국을 분노하게 만든 ‘삼궤구고두의 예’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중국과 유럽의 외교 체제는 어떻게 충돌했을까? ? 역사적 장면 3: 1867년 공친왕 혁흔은 미국인 벌링게임을 자국 외교관인 흠차대신으로 임명해 미국으로 보낸다. 왜 청나라는 미국인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겼을까? ? 역사적 장면 4: 1872년 청나라는 역사상 최초로 30명의 유학생을 미국에 보냈다. 그들은 왜 오랜 전통을 깨고 ‘오랑캐 나라’에 학생들을 보냈을까? ? 역사적 장면 5: 1882년 서부 개척을 위해 많은 중국 노동자를 끌어들였던 미국은 중국인을 배척하는 법인 ‘배화법’을 제정한다. 이후 이어진 미국의 반중국 기조의 배경은 무엇일까? ? 역사적 장면 6: 1901년 9월 이홍장은 청 조정을 대표하여 미국을 포함한 11개국과 치욕스러운 신축조약에 서명한다. 미국이 중국 침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민간인 살해, 서태후의 부인 외교, 이민자 차별 등 알려지지 않았던 두 나라의 사건들 《중국과 미국, 무역과 외교 전쟁의 역사》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양국 외교에 큰 영향을 끼쳤던 역사의 뒤편을 들여다본 것이다. 1821년에 발생한 에밀리호 사건은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진 시작이었다. 미국 상선 에밀리호의 선원이 광저우에서 민간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중국은 외국인 범죄에 대한 자국 사법권을 강화하게 되었고 미국은 중국에서의 치외법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1898년 12월 13일 자희 태후(서태후)는 영국ㆍ미국ㆍ프랑스ㆍ일본ㆍ러시아ㆍ독일ㆍ네덜란드 등 7개국 공사 부인들과 ‘애프터눈 티’ 모임을 갖는다. 외견상 평화로워 보이는 이 모임은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막후의 실권자 자희 태후는 왜 이런 만남을 계획했을까? 이는 의화단 사건과 연합군의 베이징 함락으로 위기에 처한 청나라를 살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1925년 5월 미시시피주 대법원은 중국인 2세 학생을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쫓아낸 학교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결한다. 또 중국인 광부들이 백인 노조에 합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인 광부들이 그들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중국인의 이민을 막고 노동자를 차별하는 법안도 만들어진다. 19~20세기 중국과 미국의 교류는 중국으로서는 치욕의 나날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이때의 기억을 뇌리에 깊이 새기게 된다. 역사 속의 조선,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이 책에는 19~20세기 국제사회에서의 조선의 모습도 소개되어 있다. 당시 중국 중심의 외교 질서에서 탈피해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던 조선(대한제국)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 자주 부딪힌다. 하지만 끊임없이 조선만의 전략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이때의 미국과 일본의 막후 협상, 중국과 조선의 외교 대립 등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의미이자 묘미이다. 조선을 두고 중국과 미국은 다른 명분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충돌했다. 이때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21세기에 한·중·미 삼국은 경제·외교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이익에 따라 외교 정책을 바꾸고, 무역 상황에 따라 경제가 요동칠 만큼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매번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것이고 갈등이 격화할수록 복잡해진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런 고민 앞에서 양국 교류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책은 의미 있는 통찰과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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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양장본 HardCover)
공공 지식인은 어디로 갔나 - 대학의 팽창 저코비가 말하는 ‘젊은 지식인’은 출간 당시 약 45세 미만의 20세기 초반 출생자이며 그가 관심을 갖는 ‘지식인’은 미국의 ‘공공 지식인’이다. 이때의 공공 지식인은 교양 있는 대중을 향해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발언함으로써 단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라 사회 공론장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인을 의미한다. 고전적 미국 지식인들은 저서, 리뷰, 저널리즘을 통해 사회 공론장에 영향을 끼쳤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은 전혀 없거나 드물었고, 박사학위논문도 쓰지 않았다. 그들이 작성한 글은 폭넓은 지적 공동체를 향해 있었다. “젊은 지식인들은 폭넓은 대중을 더이상 원치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거의 전부가 대학교수다. 캠퍼스가 그들의 집이고, 동료들이 그의 독자다. 논문과 전문 학술지가 그들의 미디어다.” _29쪽 젊은 지식인들에게 이전 세대처럼 프리랜서로 글을 쓰며 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진지한 신문과 잡지의 수가 꾸준히 감소하였고, 대학은 그들을 끊임없이 유혹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고등교육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지식인들은 프리랜서 저술가에서 봉급이 나오는 대학의 교수로 옮겨갔다. 미국의 인구는 1920년부터 1970년까지 두 배 증가했지만, 대학교수의 수는 같은 기간 동안 열 배나 늘었다. 1900년에는 18세에서 22세 사이 연령대의 약 4퍼센트만이 대학에 입학했는데, 1960년대 말에는 18세와 19세 연령대의 약 50퍼센트가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했다. 대학이 팽창하면서 지식인들은 불안정한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된 커리어를 꾸리게 됐다. 이제 지식인이 된다는 건 교수가 되는 일이었다. 실종된 지식인들은 이렇게 대학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지난날의 지식인이 도시 보헤미아에 살며 교양 있는 대중을 위해 집필했다면, 오늘날의 사색가들이 모여든 대학에서는 정년 교수직을 얻기 위한 정치가 문화의 정치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드리우고 있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교외화와 학계의 출세주의가 미국 지성계의 활력을 어떻게 빨아들였는지를 예리하고도 열정적인 논설로 낱낱이 해부한다. “실종된 지식인에 대한 나의 비판은 자아비판이기도 하다.” 지난(last) 세대의 마지막(last) 지식인에 대하여 “비합리적이고 과격하고 자유분방했던 60년대의 지식인들이, 선대의 지식인보다 오히려 더 보수적이고 전문적이고 비가시적인 집단으로 성숙했다 (…) 급진적 사회학자 1천 명이 있지만 밀스 같은 인물은 없다. 비판적 문학 이론가 3백 명이 있지만 윌슨 같은 인물은 없다. 무수한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이 있지만 스위지나 브레이버먼은 없다. 도시 비평가는 많지만 멈퍼드나 제이콥스는 없다.” _321~322쪽 공공 지식인에서 대학 교수로의 세대 변동은 공공 문화의 활력을 저하시켰다. 대학 교수는 더 전문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화했고 대중어 구사능력을 상실했다. 대학 교수로 성장한 젊은 지식인들은 유능할지 모르나 공공의 삶을 살찌우지는 않았다. 그들은 대학에서의 커리어 관리에 바빠서 여념이 없다. 학계가 번창하는 동안 공공 문화는 오히려 낡고 빈약해졌다. 미국의 상황은 이러한데 한국은 어떨까? 역자에 따르면 “지식인의 전문화/제도권화/학술화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한층 더 심화되면 심화되었지 약화되지 않았다. (…) 한국의 경우 70년대까지는 엄혹한 식민과 독재에 저항하는 ‘지사적 지식인’이, 80년대부터는 노동자/농민/빈민 운동에 투신하는 ‘참여적 지식인’이 존재했다. 그러다 90년대부터는 지식인들이 (…) 대학과 정부 등 제도권으로 대거 흡수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미국과 약 20년의 차이를 두고 미국이 걸은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냉철한 분석과 정곡을 찌르는 신랄한 표현이 돋보이는 저코비의 빛나는 문장은 공공 문화의 활력 저하를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 초판이 출간된 1987년, 두번째 서문을 작성한 2000년, 한국어판이 출간된 2022년은 그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공공 지식인이 부재한다는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전쟁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들은 공공 지식인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한다. 저코비의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공론장(사회)의 위기이다. 선대 미국 지식인들이 지녔던 인지도와 존재감을 다시금 짚어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 지식인의 모습을 떠올려봐야 한다. 요컨대 『마지막 지식인』은 대규모의 문화적·지적 변동으로 인한 미국의 세대 지형도를 추출한 작업이자 지식인들에게 대중적 언어를 되찾고 공공의 삶에서 자신을 재천명하라는 호소이다. “지식인의 시대가 가고 전문가의 시대가 왔다면, 인류사적 위기에 직면한 이제는 다수의 전문가가 공론장에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어 "공공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너무나 절박해졌다.” _「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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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본색
2000년 전 로마에서 찾은 우리의 위기, 우리 지도자의 본색 지도자의 본색을 찾는 저자의 여정은 공화정 말의 혼란기에서 시작한다. 기원전 509년 시작된 공화정은 시민의 단합을 강조하며 로마를 지중해의 패권국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기원전 2세기부터 시작된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끝에, 결국 기원전 27년 제정에 배턴을 넘겨주고 말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로마가 겪은 사회 문제가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우선 빈부 격차가 크게 심화했다. 거듭된 전쟁 탓에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자영농이 몰락하고 소수의 대지주가 부를 독점했다.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고, 그렇게 인구가 감소하자 당장 신병을 모으는 데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이민족을 받아들였으나, 차별로 인한 갈등만 불거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지도층은 기득권을 챙기는 데만 열을 올렸다. 특히 귀족파와 평민파의 극한 대립으로 로마 사회는 완전히 둘로 쪼개졌고, 이는 체제 교체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의 이야기라 해도 믿을 만하다. 따라서 로마 지도자들의 활약을 살피는 건 오늘날에도 유용한 교훈을 얻을 기회가 된다. [나만 옳다는 고집형] _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 무엇보다 위기 앞에서 선명히 드러난 당시 지도자들의 본색을 포착할 수 있다. 수많은 지도자가 결정적 순간 내비친 본색 때문에 추락하거나 날아올랐다. 대표적으로 ‘나만 옳다는 고집형’의 그라쿠스 형제가 있다. 그들은 저 위기의 연쇄를 누구보다 먼저 포착했고,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했으며, 수많은 시민에게 지지받았다(20쪽). 하지만 이들의 개혁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너무나 시대를 앞선 데다가 기득권층을 정조준한 탓에 저항이 컸다. 이를 뚫기에는 그들의 정치적 힘이 약했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본색이 발목을 잡았다. 개혁할 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권력욕을 드러내며 전횡을 일삼기 시작했다(27쪽). 명분을 잃은 개혁은 지속될 수 없다. 곧 시민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니, 그라쿠스 형제는 정적들에게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29, 41쪽). [선을 넘는 자기 심취형] _ 공화정의 독재자 가장 유명한 로마 지도자인 카이사르는 ‘선을 넘는 자기 심취형’이었다. 그는 유능한 행정가이자 위대한 장군이었는데, 무엇보다 평민들에게 사랑받는 지도자였다. 청년 시절 말 한마디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귀족파 정적 술라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평민파를 지킨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모습에 평민들은 큰 지지를 보냈다(80쪽). 이에 로마에서 더는 맞수가 없게 되자 카이사르는 스스로 종신독재관에 오르며 본색을 드러냈다. 오늘날로 치면 계엄령 시기의 대통령 같은 막강한 위치였다. 이 과정에서 의회(상원)의 역할을 한 원로원을 무시하니, 공화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강력한 권력욕과 명예욕은 카이사르를 지지한 평민들조차 당황하게 했고(108쪽), 이는 그의 암살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129쪽). [포기를 모르는 야심형] _ 겸손한 일인자의 탄생 본색이라고 해서 지도자에게 비참한 최후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포기를 모르는 야심형’의 아우구스투스가 좋은 예다. ‘(인간 이상의) 존엄한 자’라는 뜻의 호칭이 무색하게, 그의 시작은 매우 미약했다. 19세가 되던 해에 그의 먼 친척이었던 카이사르가 갑자기 살해당하며 신변이 위태로워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특히 저렇게 어린 나이라면 납작 엎드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았을 테다. 하지만 아우구스투스는 떡잎부터 달랐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정계에 뛰어들었다(159쪽). 이후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정치 선배들을 앞지른 끝에 로마의 일인자가 되었다. 이때 그는 카이사르와 정반대의 본색을 보여주었으니, 정점에 섰을 때조차 통치에 앞서 동의를 구했다(169쪽). 곧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된 그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불린 평화 시대를 이끌다가 77세의 나이로 평화롭게 최후를 맞이했다(178쪽). [함께 다스리는 협치형] _ 권력을 나누는 지혜 평화 시대가 막을 내릴 즈음 등장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본색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본색은 ‘함께 다스리는 협치형’으로 위기관리에 특히 탁월했다. 로마의 제43대 황제인 그는 황가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인물이었다. 뛰어난 군사적 재능으로 장군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아버지가 해방 노예였을 정도로 출신이 미천했기 때문이다. 다만 두 전임 황제가 모두 급사하자,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과감하게 공개 석상에서 정적의 목을 치고는 군인들의 지지를 받아 황제가 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권력욕이 대단한 인물인 듯싶지만, 사실 그의 본색은 현실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에 가까웠다. 실제로 큰 제국을 홀로 다스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자마자 아낌없이 권력을 나누었다(251쪽). 이로써 두 명의 황제와 두 명의 부황제가 다스리는 ‘4제 통치’가 자리 잡게 되니, 로마는 번성을 누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로마사 유일의 스스로 제위에서 물러난 황제였다(266쪽). 부황제들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60세의 나이에 월계관을 내려놓은 그는 양배추 농사를 짓다가 생을 마감했다. 지도자는 무엇을 다스리는가? 본색에서 길어 올린 본질 로마 지도자들을 살피다 보면 바로 우리 곁의 지도자들이 자연스레 겹쳐 보인다. 그라쿠스 형제처럼 선견지명이 독이 된 지도자, 카이사르처럼 한순간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만의 정치를 펼치는 지도자, 디오클레티아누스처럼 권력을 나눠 진정한 통합의 가치를 실현한 지도자를 누구나 한두 명쯤은 댈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사회 문제를 겪고 있고, 공공의 문제를 다룬다는 정체(政體)의 지향점이 닮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지도자의 본색 때문이다. 이 책이 특히 지도자의 본색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운동이 실패로 끝나며 국론이 분열된 로마는 무려 100년간 내전을 치렀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살해당하거나 추방당하거나 재산을 몰수당했다(51쪽).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라쿠스 형제의 본색이 ‘나만 옳다는 고집형’이 아니라, ‘귀를 열어놓는 대화형’이나 차라리 ‘원칙 있는 패배형’이었다면 로마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롭게 개혁을 완수했을지 모른다. 이 지점에서 지도자의 본색은 지도자의 ‘본질’로 연결된다. 남을 다스리기에 앞서서 자기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사 전문가인 저자는 “(청년 시절의) 인권 변호사 카이사르와 종신독재관 카이사르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로마에 처음부터 고개가 뻣뻣한 지도자는 없었다. 하지만 권력을 쥐는 순간, 그래서 거칠 것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순간 그들은 달라졌다. 이처럼 지도자의 본색은 우리에게 국가의 운명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그러니 선택의 순간마다 기대와 후회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로마사를 거울삼아보자. 수많은 지도자와 그들의 본색이 그려내는 반전 있는 이야기에서 ‘더 나은 선택’의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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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청년 죽음, 둘 중 하나는 자살이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고독생, 고독사, 청년 자살 실업, 저임금, 불평등, 미디어 폭력, 차별, 몰이해 등 청년을 절망하게 하는 한국형 불행에 대한 첨예한 보고서 한국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2020년 기준으로 20대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54.3%)이 자살이었다. 한창 꽃피울 20대 나이에 청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왜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 『가장 외로운 선택』은 ‘청년 자살’이라는 위험 신호를 감지한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자살 현상의 현실과 이면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긴급한 보고서다. 정신건강의학자, 인류학자, 보건학자, 사회복지학자, 상담사, 사회역학자의 시선으로, 청년 자살의 원인을 비롯해 세대별 특징, 사회 구조 문제, 코로나 이슈, 계층·성별 문제, 예방 대책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면면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승자독식의 정글에서 고립된 채 불행하게 스러진 청년들에 대한 문제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가장 이해받지 못하고, 더 불행해진 청년들” 90년 생이 죽고 있다… 생존 절벽에 서 있는 위기의 청년들 한 사회의 자살률은 개인이 아니라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청년 자살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위기에 처했으며, 고통받는 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적지 않은 청년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 지금 세상이 청년들에게 어떤 면에서 살 만하지 못한 곳인지,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살기 너무도 힘든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년 절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성세대와 현 사회의 공감 실패’를 꼽는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생존 경쟁에 내몰린 청년 세대는 부모 혹은 가까운 친구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갈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년들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친구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아주 각박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중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짚어가며 지금의 청년 세대를 “어려선 마음고생, 커가면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죽는 첫 세대”라고 명명한다.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의 ‘여성 청년 자살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는 코로나 19 시기를 겪고 있는 여성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한편,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첨예한 언어로 전한다. 이 글에 따르면, 여성 청년의 우울과 절망은 임금 삭감과 퇴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미디어 중심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고립감과 소외, 젠더 폭력, 가정 내에서의 갈등 등과 같은 상황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더욱이 이들은 우울감과 절망을 느끼는 상황이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특징을 보였는데, 이들은 가까운 친구라 하더라도 자신의 약점이나 좋지 않은 부분을 공유하는 것에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가족 안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혼자 견디거나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양상을 보였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때는 병원을 찾거나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세대 간 감염된 절망에 관하여’에서 현재 90년대생인 20대 여성의 높은 자살사망률에 주목하고는, 20대 여성의 자살사망률과 증가폭이 일본 전후 세대의 자살사망률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일본 전후 세대처럼 이들 세대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패망 이후 일본의 청년들은 살아가는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고 나이가 들어서도 높은 자살사망률을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 20대 여성은 고용 불안, 임금 차별, 젠더 폭력, 여성 혐오 정서 등 삶을 힘겹게 하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에 둘러싸인 채 위태롭게 살아가는 중이다. 또 한편으로 이 글은 50대 중년 남성 자살사망률과 2030 청년의 자살사망률의 연도별 추이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세대 간 감염되는 절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장숙랑 교수는 “청년의 불행이 여성들만의, 남성들만의 불행일 리가 없다. 그리고 한 세대의 절망은 모든 세대의 불행으로 상호 확산된다”라고 지적한다. 사회적 단절, 경제난, 불안, 스트레스 등 코로나 시기, 더 두드러진 정신건강 악화 이기연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의 ‘‘청년’이 보이지 않는 청년 정책’은 청년의 생활 실태를 종합적으로 조망한 후, 생애과정 관점에서 청년의 삶과 정신건강을 종단적·횡단적으로 살펴보는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빈곤 경험, 빈곤 지속성, 가구주의 실업, 주거 불안정과 같은 ‘불리’ 경험은 청년의 학력, 고용, 소득, 우울 등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대 내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기존의 고용, 주거, 학자금 지원에 국한된 청년 정책은 다양한 층위의 청년들에게 가닿는 데엔 큰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청년 정책의 전달 체계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로 파편화되어 있는데, 이런 분절적 전달 체계가 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주지영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의 ‘목소리로 만난 위기의 청년들’은 20~30대 실제 청년들의 고통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에 20~30대의 위기전화 상담이 크게 증가했는데, 20~30대 여성의 위기전화 상담 건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약 40%나 증가했다. 기반이 약한 20~30대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적 위기, 주거의 위기, 관계의 위기 등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는데, 코로나 상황은 이들 청년 세대와 취약 계층에 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우울에 잠식된 자존감 낮은 청년들, 취업 불안감에 막막함을 토로하는 청년들, 부채와 카드 연체로 경제적 위기를 겪는 청년들, 어느 한 명 믿어주는 사람 없이 고립된 채 생활하는 외로운 청년들, 성희롱과 성폭력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청년들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속살을 드러낸 채 담담하게 담겨 있다. 마지막 장, 박건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의 ‘코로나 시대, 통계로 보는 청년 자살’은 우리나라의 자살 통계를 비롯해, 코로나 19 이후 고소득 국가에서 자살 행동의 분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두루 살펴보면서 드러난 숫자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이 글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에 정신건강의 악화가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더욱 심화되었다.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소수인종, 청년층, 여성층의 정신건강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는 20~30대 여성의 자살 사망 증가, 저소득 계층 및 실업 계층의 정신건강 악화가 관찰되었다. 이처럼 이 책은 기성세대로부터 전혀 이해받지 못한 채 더 불행해진 청년들, 고용 한파로 삶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 청년들, 희망을 잃은 채 무기력함에 빠진 청년들, 기댈 곳 하나 없이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들, 이 사회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위기를 긴급하고 절박한 언어로 보고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청년 세대에 대한 몰이해, 실업, 저임금, 계급 불평등, 성차별 등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불행을 들추는 한편, 우리가 어디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감으로써 다시금 치유, 연대, 희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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